"주행거리 많고 장시간 운전 때 발생…주차·공회전 때는 안 일어나"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윤보람 기자 = BMW의 리콜 조처 이후에도 엔진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자 독일 BMW 본사의 기술팀이 6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리콜의 원인이 된 구조적 결함을 설명했다.
요지는 "이미 문제로 지적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가 화재의 구조적 원인이며, 이 부품은 전 세계적으로 BMW 차량에 똑같이 쓰였고 한국에서 판매된 BMW에 쓰인 소프트웨어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주행 중인 BMW의 엔진 화재 사고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빈발하는 현상을 두고 "한국의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국내 판매 차량에만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거나 "한국 판매 차량에 쓰인 EGR 모듈은 별도로 제작된 것 아니냐" 등의 의혹이 나오자 본사 기술팀이 이를 반박한 것이다.
BMW그룹의 요한 에벤비클러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EGR 쿨러에서 발생하는 냉각수 누수 현상이 근본적인 화재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배기가스가 엔진에서 나왔을 때 최대 830도까지 올라간다"며 "배기가스가 쿨링 유닛을 통과하면 처음에 최대 600도였다가 온도가 계속 낮아져 280도가 되고, 배기가스 파이프를 통과해 흡기다기관에 들어갈 때는 최대 100도까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차량 화재 등의 사고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EGR 쿨러에서 냉각수 누수가 발생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고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부동액은 물 50%와 에틸렌글리콜 50%인데, 이 부동액이 들어간 냉각수가 누수되면 에틸렌글리콜이 누수돼 침전물이 형성된다"며 "이런 상태에서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가 되면 냉각하지 않은 가스가 바로 가면서 과열 현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불꽃 현상이 나타나고 흡기다기관에 침전물이 많이 쌓인 경우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근본 원인은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라며 "다만 실제 화재로 가려면 추가적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 요건으로 ▲ 아주 많은 주행거리 ▲ 장시간 주행 ▲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일 때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차량 화재는 오로지 주행 때만 발생한다"며 "주차나 공회전할 때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면 그 신호는 운전 중 경고등이 들어오고 차량의 출력이 떨어지며 연기가 나거나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며 "그럴 때는 속도를 줄이고 안전한 곳으로 차량을 옮기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사한 결함 사례가 있었다"면서도 "다만 한국에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문제가 나타난 것에 대해선 계속해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BMW 디젤 차량의 화재 사고 중 EGR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가 0.12%로, 한국의 0.10%와 별 차이가 없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최근 화재가 빈발한 원인은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BMW 화재 사고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는 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
사태의 1차 분수령은 20일 시작될 부품 교체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EGR 모듈을 교체한 이후에도 화재 사고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부실 처방', '엉터리 처방' 논란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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