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탓 모돈 수태율 낮고 자돈 중량도 정체…보상받을 길조차 없어 발 동동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차라리 눈에 보이게 죽어 나가면 보험 처리라도 받을 수 있겠지만, 한 달째 수태도 안 되고 중량도 늘지 않는 건 보상 받을 길조차 없어요."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웃돈 6일 오후 2시 충남 홍성군 은하면 권명회(29)씨가 운영하는 돈사를 찾았다.
권씨의 축사는 돼지를 자체 번식시켜 키우는 일괄사육 농가로, 모돈과 자돈을 포함해 3천마리가량 키우고 있다.
권씨는 "연일 계속된 폭염 때문에 분만을 앞둔 어미 돼지들이 사료를 통 먹지 않는다"며 "생체체중이 줄면서 평상시 1.2∼1.5㎏에 달하는 자돈 무게도 평균 200g씩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적은 무게의 새끼돼지라도 정상적으로 출산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평균 마리당 13마리씩 낳는 어미 돼지들이 폭염 때문에 지쳐 1∼2마리만 낳고 산도가 막히면서 몇 개월 뒤 죽은 채로 낳는 경우도 있다.
매일 제빙기로 만든 얼음과 함께 영양제를 섞어 사료를 주고 있지만, 어미 돼지들은 사료는 입도 대지 않고 물 꼭지를 코로 누르며 종일 늘어져 있는 상황이다.
유일하게 에어컨이 설치된 분만사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고, 새끼를 품은 어미 돼지들이 있는 임신실은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대형 선풍기를 돌리고 있었지만 바깥 온도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더위에 지친 돼지들은 입을 벌린 채 숨을 몰아쉬며 헉헉대고 있었다.
권씨는 "6년째 축사를 운영해오고 있는데, 올해처럼 더운 것도 처음이고 폭염이 이렇게 길게 이어진 것도 처음"이라며 "작년에는 낮 시간대에만 에어컨을 틀었지만 요즘은 24시간 냉방시설을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중 여름철이 가장 수태율이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인 폭염 탓에 수태가 더 이뤄지지 않아 지금보다 자돈을 키워 출하해야 할 내년이 더 걱정이다.
권씨는 "지금 태어나는 자돈의 체중이 적다 보니 증량을 시키려면 사료도 더 많이 들고 더위 탓에 수태율도 저조한 형편"이라며 "냉방비에 오수처리 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육비가 평소의 2배 넘게 들어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30∼40㎏의 자돈을 키워 110㎏ 정도가 되면 출하하는 비육돈 위탁농가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폐사량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10여일 넘게 지속하면 비육돈은 일당 증체량(하루 동안 증가한 체중의 평균값)이 평소보다 60% 이상 감소하며 번식 장해, 질병 등 문제도 겪을 수 있다.
군내 한 위탁농가 관계자는 "비육돈의 평소 폐사율은 100마리당 5마리 미만인데, 최근 폭염으로 폐사율이 평균 7%로 늘었다"며 "자돈 20㎏당 가격이 평균 17만원 정도로, 사료값과 분뇨처리비 등 생산비를 합치면 마리당 평균 20만원씩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축사 지붕에 스프링클러와 차광막 등을 설치하고 내부에는 대형 선풍기와 순환팬 등을 24시간 돌리고 있지만 사육 공간이 좁고 몸집이 큰 비육돈은 더위에 취약해 한계가 있다.
최근 충남도에서 예비비를 투입해 15개 시·군 축사에 냉방시설과 환풍기 등을 지원키로 했지만 주로 떼죽음한 양계·가금류 농가에만 집중돼 돈사는 지원에서 소외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연일 재난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가축이 집단 폐사한 경우에만 가축재해보험이 적용돼 지원에 한계가 있다"며 "살수차 동원, 돈사 단열처리·환기시설 지원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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