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극성 미지수·日단체들 참여도 '아직'…韓日정부 여전히 '미적'
김홍걸 "韓日 유골문제 국민 홍보 도움될 것·日정부 협조 기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일제 강제징용자의 유골 봉환을 위해 남과 북, 일본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동기구를 설립한 가운데, 이 기구의 출범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유골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화협은 6일 일본 도쿄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과 일본 단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골을 봉환하기 위한 남북일 공동기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북측 민화협과 함께 일본의 조선인 유골송환을 위한 남북공동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합의한데 이어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일본의 시민단체가 함께 나서는 그림을 그리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민감하면서도 어려운 유골송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본 시민단체와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에 더해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날 회견에는 조선오 조선총련 국제통일국 부국장, 총련계 단체인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의 하수광 사무국장 등 조선총련 인사들이 한국 단체의 행사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주목을 받았지만, 북측 민화협 인사들이 직접 오지는 못했다.
조선오 부국장은 회견에서 "북측 민화협이 참석하지 못해 이번 행사만 대리해서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 인사로는 주식회사 다이얼 서비스의 대표로 '21세기 일본위원회'라는 단체의 이사장인 곤노 유리(今野由梨) 씨가 기자회견 연단에 서긴 했지만, 그동안 오랜 기간 유골 발굴·봉환에 힘을 써온 일본 시민단체 회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골 봉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장기간 이 문제에 집중해온 일본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골 봉환 문제에 힘써온 한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골 반환 문제는 유골이 섞여 있어서 분리가 어렵다는 점, 무연고 유골을 어떻게 처리할지 문제, 유족들을 찾는 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며 "민화협이 진정성을 갖고 계속 문제 해결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행정안전부 과거사업무지원단과 한일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일본의 사찰, 납골당 등에서 모셔진 한반도 출신 징용·징병자의 유골은 2천770위로 추정된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유골 반환에 합의한 뒤 한때 급물살을 타며 423위가 실제로 봉환되는 성과를 이뤘지만 2010년 이후 반환이 중단돼 있다.
미발굴 유골을 찾아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일본 남부 오키나와(沖繩)를 비롯해 남태평양과 동남아시아 등에 묻혀 있는 조선인 군인·군속의 유골은 2만2천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묻혀 있는 유골을 찾고, 또 일본에 산재한 유골을 한반도의 고향 땅에 모시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양국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사찰 등지에 모셔진 유골 중에는 일본 정부의 관리하에 있는 것도 있어 봉환하려면 일본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군인·군속의 유골과 달리 일본 정부가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강제징용 희생자의 유골의 경우, 한국에 가져오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전향적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미발굴 유골의 경우, 일본 정부의 유골 발굴 사업에 한국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 간 협의가 필수적이다.
일본 정부는 유골 반환·발굴 문제 대해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를 전제로 협조하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계속 이런 명시적인 '요청'을 하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유골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장기 표류해왔다.
김홍걸 민화협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당국자와 노력하고 있다"며 "일본도 한일 관계, 북일 관계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조가 잘 되리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김 상임대표는 "한일 시민단체들과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라며 "유골 문제는 한두 개 단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골 문제가 제대로 홍보가 돼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운동으로 커지는데 (민화협의 활동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상임대표는 연고가 확실치 않은 유골에 대해서는 "남쪽 어딘가에 임시로 모셔뒀다가 평화협정이 이뤄져 비무장지대 안에 평화공원이 생긴다면 그곳에 그분들을 모셔서 남북 동포들이 참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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