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몸싸움 끝에 비극…피의자가 응급실 태워갔지만 숨져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30년 지기 친구와 돈 문제로 다투다가 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친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A(45) 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9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한 도로변에서 친구 B(45)씨를 숨지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와 B씨는 강남 토박이로 중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낸 30년 지기 친구 사이였다.
이들은 사건 당일에도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차까지 마셨다.
이후 A씨가 "차로 데려다주겠다"며 B씨를 집 앞까지 태우고 갔다가 차에서 꺼낸 돈 얘기가 몸싸움으로 번지면서 비극으로 치달았다.
A씨는 돈을 갚으라며 몰아붙이다가 차 안에 준비해뒀던 흉기를 꺼내 들었고, 이에 B씨가 A씨를 제압하려 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소리 상으로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인 시간은 단 몇 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몇 초 만에 B씨는 '윽' 소리를 내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흉기가 그의 가슴과 배를 수차례 찌른 상태였다. A씨는 손만 조금 다쳤다.
A씨는 의식을 잃어가는 B씨를 태우고 가까운 병원으로 차를 달렸지만, B씨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고 오후 10시 30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출동한 경찰과 함께 병원에서 기다리다가 오랜 친구의 사망 판정을 듣고는 경찰이 겨우 진정시킬 만큼 매우 흥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병원에서 긴급체포했고, 기초 조사를 거친 뒤 6일 구속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투자할 만한 사업이 있어 2014년께 B씨에게 수억원을 빌려주며 함께 투자했다"면서 "흉기로 겁을 줘서 돈을 받아내려고 했을 뿐 살해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씨의 유족은 "돈을 다 갚은 것으로 안다"며 다르게 주장했다. 이들은 오랜 친구 사이였던 탓에 차용증을 쓰지는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살해 의도를 갖고 B씨를 찔렀는지 확인하기 위해 B씨의 상처 모양 등을 파악하고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에는 우선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살해할 의도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면 상해치사 혐의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현장 조사 등으로 보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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