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좌절에도 축구화 벗지 않았던 무명 선수들, FA컵서 꿈 펼친다
서울과 제주는 FA컵 16강 유일한 1부리그 맞대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국내 축구 4부리그 격인 K3리그의 양평FC는 지난달 25일 열린 대한축구협회(FA)컵 32강전에서 한국 축구사에 한 줄을 장식했다.
순수 아마추어 팀인 양평FC는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상주 상무와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승리 과정은 극적이었다. 0-1로 뒤지던 연장 후반 15분 김진현이 극적인 골을 터뜨려 승부차기로 끌고 간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해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동안 FA컵에서 K3리그 팀이 1부리그 팀을 꺾은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더군다나 양평FC는 K3리그에서도 10위에 머무는 약체 중의 약체였다.
양평FC의 힘은 정신력에서 나왔다. 양평FC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진출에 실패하거나 프로 무대에서 경쟁을 뚫지 못한 무명이지만, 이들은 이를 악물고 경기에 뛰었다.
꿈과 목표를 향한 이들의 정신력은 상주 선수들의 군인 정신보다 더 컸다.
양평FC 선수들이 연봉 대신 출전 승리 수당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한다는 소식 등이 알려지자 축구팬들의 응원 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양평FC는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K리그1 대구FC와 8강 티켓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한다. 양평FC의 선전이 계속될지 관심을 끈다.
반란을 꿈꾸는 팀은 양평FC 뿐만이 아니다.
3부리그 격인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의 김해시청은 지난 32강에서 K리그1 강원FC를 격파하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진운은 좋다. 김해시청은 8일 홈구장인 김해운동장에서 같은 리그에서 뛰는 경주한수원과 16강전을 치른다.
이 밖에 같은 날 전국에서 열리는 FA컵 16강전은 눈여겨볼 만한 경기가 많다.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는 내셔널리그 목포시청, 수원 삼성은 내셔널리그 천안시청, 전남드래곤즈는 K3리그 춘천시민구단과 싸운다.
16강 8경기 중 4경기가 프로구단과 실업 혹은 아마추어 팀 간의 경기로 구성됐다.
K리그1의 '1강' 전북현대는 K리그2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는 아산 무궁화와 경기를 치른다.
부산구덕운동장에선 K리그1 울산 현대와 K리그2 부산 아이파크가 '현대가 더비'를 한다.
K리그1 팀간 경기도 있다. K리그1 5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8위 FC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두 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걸려있는 K리그1 정규리그 3위 이내 진입이 힘겨운 상황이라 FA컵에 전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제주와 서울은 묘하게도 지난 4일 정규리그에서 만났다. 당시 서울이 3-0으로 완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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