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입 연 볼턴…제재의 끈 다잡으며 '방북 카드' 떠보기

입력 2018-08-07 16:48   수정 2018-08-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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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입 연 볼턴…제재의 끈 다잡으며 '방북 카드' 떠보기

폼페이오 "많은 대화 진행 중"…'제재 공방' 속 대화 판 살리기 주목
2차 북미정상회담說도 '솔솔'…정체국면 타개할 돌파구 마련 가능성 촉각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북미 간 교착국면에 좀처럼 출구가 엿보이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금 북한을 향해 '강온 양면'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슈퍼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협상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또 다시 앞세워 '압박'과 '대화'의 이중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미 외교수장간 '조우'와 대북제재를 둘러싼 설전이 오갔던 지난 3∼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종전선언 등 체제보장의 상징적 조치를 주문하는 북한을 향해 비핵화 조치의 실질적 이행을 견인해내기 위한 나름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한동안 조용했던 볼턴 보좌관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대북 강경 일변도였던 볼턴 보좌관은 그러나 이번에는 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분위기다.
6일(이하 현지시간) 폭스·CNN·PBS 방송에 연달아 출연한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 이행을 위해 현행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대북제재의 효과가 약화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그러면서도 대화의 동력을 적극적으로 살리려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추가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와 준비가 돼 있다고 잇따라 언급한 것이다.

대북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도 현 시기가 '대화국면'임을 적극 강조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마치고 미국으로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속적인 비핵화 이행 약속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ARF에서 리 외무상과의 공식 양자회담이 불발된 것에 대해서도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많은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여러 변수 속에서도 북미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대화모색 움직임은 최근 대북제재 분위기 속에서도 유엔을 통해 신속한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를 추진하는 미국의 움직임과도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인도적 지원의 신속화를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며 이 가이드라인은 미국이 초안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가이드라인은 대북 인도적 지원 때 지원 품목에 대한 설명과 수량, 지원과 관련된 모든 당사자 리스트, 지원 품목이 북한 내에서 전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 등 10가지 세부 내용을 기재한 서류를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은 그러면서 대북제재위원회가 이 같은 제재 면제 요청을 가능한 한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대북 지원 단체나 국제기구 등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를 요청할 경우 이를 신속히 처리해 가능한 한 빨리 북한에 지원 품목이 전달될 길을 열어놓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가이드라인은 대북제재 위반 사태는 막으면서도 인도적 지원은 신속히 하는 양면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제재를 주장하는 미국이 초안을 만든 점은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미국 측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미가 2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점치는 보도까지 나와 주목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높은 가능성'(strong possibility)이 있다고 믿고 있다고 CNN이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 소식에 정통한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친서 교환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2차 북미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 사실을 두 차례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다시 친서가 전달된 것은 추가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전망케 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볼턴 보좌관은 폭스뉴스에 나와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어떤 일정도 잡힌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북미 양측이 정상 차원에서 합의한 대화의 판을 살려내기 위해 물밑에서 적극적 교섭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머지 않은 시기에 출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가 열리는 9월이 비핵화 협상의 정체국면이 타개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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