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정조대 350책 완역 목표…역사인식 공유 도움"
은평구 신청사 이전 간담회…"제2의 도약 선언"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서울 종로구 구기동 시대를 끝내고 지난 6월 은평구 진관동 신청사로 이전한 한국고전번역원이 '승정원일기' 남북 공동 번역을 추진한다.
신승운 고전번역원장은 신청사 건립을 기념해 7일 개최한 간담회에서 "1965년 창립한 민족문화추진회가 2007년 11월 교육부 산하 학술기관으로 환골탈태한 것이 제1의 도약이라면, 은평구 신청사 마련을 계기로 제2의 도약을 선언한다"며 승정원일기 남북 공동 번역과 '한국고전총간' 편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세계기록유산인 승정원일기 공동 번역과 학술교류를 위해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신청했다"며 "승인이 나면 북한 관계자와 만나 정조대 승정원일기 단계별 번역과 학술대회 개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낙엽 하나로 천하가 가을인 것을 안다는 뜻인 '일엽낙지천하추'(一葉落知天下秋) 고사를 소개하면서 "남북이 대결보다는 협력 구도로 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교류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승정원일기 남북 공동 번역은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선왕조실록 번역은 남과 북이 따로 했는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공동 번역이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역설했다.
승정원일기 남북 공동 번역 추진에는 22%에 불과한 번역률을 높여 조기에 완역한다는 목적도 있다. 승정원일기는 인조·고종·순종대 기록만 완역됐고, 영조대 일기는 798책 중 253책만 번역됐다.
남북 공동 번역은 350책 분량인 정조 일기를 2030년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 만약 공동 번역이 성사되면 승정원일기 예상 완역 시기는 기존 2051년보다 6년 이른 2045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고전번역원은 내다봤다.
신 원장은 "2014년에도 공동 번역을 추진했으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무산된 바 있다"며 "문집총간을 비롯해 고전번역원이 그동안 찍은 책을 북한에 10질 이내로 보내 교류를 시작한 뒤 2021년부터 10년간 연간 35책을 번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전 번역이야말로 이념이나 정치와는 관계가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실심으로 실효를 거두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고전총간 편찬은 경전과 연구서(經), 역사 문헌(史), 사상과 과학기술(子), 문집(集)으로 나뉘는 고전 문헌 가운데 이미 정리가 완료된 문집을 제외한 나머지 서적을 집대성하는 작업이다.
고전번역원은 올해를 사업 준비년으로 삼아 한문 고전을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교감(여러 판본을 비교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것)과 표점(원문에 마침표나 쉼표를 찍는 것)을 담당할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 과정을 시범 운영한다.
<YNAPHOTO path='AKR20180807091300005_03_i.jpg' id='AKR20180807091300005_0301' title='' caption='은평구 한국고전번역원 신청사.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한편 고전번역원은 10일 오후 4시 김상곤 교육부 장관과 박석무 고전번역원 초대 원장, 정·관계 인사를 초청해 신청사 공식 개관식을 개최한다.
민추 시절부터 수차례 이사를 하는 철새 생활을 하다 구기동을 거쳐 은평구에 지은 고전번역원 신청사는 지상 6층, 지하 1층 건물로 연면적 7천360㎡다.
지하 1층에는 보존서고, 지상 1층에는 고전번역전문도서관이 있다. 지상 2∼6층은 사무실과 강의실로 사용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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