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관악제 참가…"호른은 아름다운 악기, 널리 사랑받길"
(서귀포=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호른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악기인지 널리 알려져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길 바랍니다."
독일의 '두 팔 없는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Felix Klieser·28)는 7일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에서 기자들을 만나 호른이란 악기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8 제주국제관악제 참가차 제주를 찾은 그는 "이번에 제가 제주에서 선보이는 공연을 통해 호른이 얼마나 좋은 악기인지, 아름다운 소리를 가졌는지 소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른은 피아노나 바이올린처럼 대중적이지도 않고 테크닉적이지도 않지만, 소리 자체가 좋아서 감정을 많이 실을 수 있다. 요즘은 영화음악에도 많이 사용된다"며 연신 호른에 대한 사랑을 내비쳤다.
그는 4살 때 호른을 처음 접했다. 식구 중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없고, 누군가의 권유를 받은 것도 아니지만, 호른을 보자마자 매력을 느껴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두 팔 없이 태어난 그는 호른 연주를 하기 위해 발가락과 입술을 사용해야 했다. 어려움이 많았으나 호른에 대한 흥미는 식지 않았다. 5살 때 어느 한 강당에서 했던 연주를 시작으로 지금은 세계 각국을 다니며 연주하고 있다.
장애를 딛고 키운 실력은 이미 여러 곳에서 인정받았다. 2014년 독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에코 클래식 음반상'에서 영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고, 2016년 슐레빅홀스타인 음악제에서 레너드 번스타인 상을 받았다. 독일 유력 일간지 '쥐드 도이체 자이퉁'은 그의 연주에 대해 '정확하고 완벽한 연주에, 다양한 표현력과 음색을 가졌다'고 평하기도 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두 팔이 있어도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를 입술과 발을 이용해 연주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연습을 과도하게 하면 입술이나 발 근육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근육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하루 3∼4시간 정도 연습한다.
그는 "피아노는 건반을 두드리면 되고, 바이올린은 줄을 켜면 되지만 호른은 입술 근육을 움직이면서 연주해야 해서 다른 악기보다 연습량이 많다"며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여러 차례 찾아왔다. 그때마다 부모님이 곁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부모님은 좋은 연주자가 되라거나 대학에 진학하라는 등 목표를 갖고 압박하는 분이 아니었다. 항상 제 생각을 존중하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팔이 있고 없고 상관없이 호른 연주는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어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온 것"이라며 "다른 장애인분들도 흥미가 있는 악기가 있다면 열심히 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작곡가로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를 꼽았다. 그는 8일 제주국제관악제 개막공연에서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호른 협주곡 제2번을, 오는 9일 마에스트로 콘서트에서는 베토벤의 호른 소나타 F장조를 각각 연주한다.
펠릭스 클리저는 "제주도가 유럽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 초청받은 뒤 검색해보니 정말 좋은 곳이어서 참가 승낙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연주하게 돼 상당히 기쁘고, 곧 관객분들과 만날 생각에 기대가 많이 된다"며 "관악제를 찾아 제 연주를 감상해달라"고 당부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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