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험 특별해…내가 귀화한 이유가 바로 AG 금메달"
(서울=연합뉴스) 유지호 하남직 기자 = 리카르도 라틀리프(29·현대모비스)는 '라건아'라는 한국 이름을 새긴 여권을 들고 인도네시아로 향한다.
가슴에는 '금메달'이란 목표를 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이 열린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 핸드볼경기장에서 만난 라틀리프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내게 특별한 의미다. 내 농구 인생의 가장 큰 업적이 될 것"이라며 "내가 귀화한 것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올해 1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고,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에 뽑혔다.
그는 이미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치르며 '한국 대표 선수' 자리에 익숙해졌다.
7월 23일에는 라틀리프에서 딴 성 '라'(羅)에 씩씩한 사나이라는 뜻의 '건아'(健兒)를 붙인 '라건아'로 개명 허가도 받았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국적을 옮긴 그는 북한까지 방문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라틀리프는 7월 4일 북한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를 떠올리며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평양에서 한 농구는 참 재밌었다"고 했다.
아시아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이제 한국 선수가 된 그에게는 아시안게임도 특별한 무대다.
라틀리프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라면서도 "최대한 많이 이기고 싶다. 대표팀과 내가 원하는 건 금메달이다. 많은 한국 팬이 우리 농구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코트에 서면 공·수에서 모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포스트에서 리바운드를 잡고, 동료들의 공격을 도우며 코트 전반을 뛰어다닐 것이다"라며 "경기장 밖에서도 팀이 하나로 뭉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사실 우리 팀은 코트 밖에서도 친하다"며 코트 안팎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떠올렸다.
라틀리프는 한국 생활에도, 대표팀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다. 그는 "7년째 한국에서 뛰고 있다. 내가 한국말을 조금 하고,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말하는 법도 안다"며 "허재 감독님의 아들(허웅, 허훈)들이 영어를 꽤 잘한다. 다른 선수들도 영어를 잘하는 편인데 부끄러워서 영어를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라틀리프를 얻은 한국 남자 농구는 점점 강해진다.
라틀리프는 차분하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뛴다.
그는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팀은 모두 강하다. (14일 열리는) 첫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꺾은 뒤 다음 경기를 생각하겠다"고 신중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FIBA 월드컵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에서 우리는 중국을 꺾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 팀은 더 강해지고, 한 팀이 되어간다. 아시안게임이 정말 기대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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