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균 연세대박물관장 "대학 학술발굴 더 늘어나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강원도에서 발굴할 강원도 동굴을 찾아다니다 정선 매둔동굴을 만났어요. 발굴조사를 결정하고 2016년에 들어가 보니 길이가 2m쯤 되는 거대한 낙석이 있더라고요. 그걸 학생들과 힘들게 다 깨고 조사했는데, 성과를 얻어 다행입니다."
한창균 연세대박물관장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6월 21일부터 7월 29일까지 조태섭 연세대 사학과 교수, 대학원생·학부생 10여 명과 함께 진행한 매둔동굴 발굴조사 과정을 설명하다 "홍수·더위와 싸우느라 힘겨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둔동굴 조사 3년째를 맞은 연세대박물관은 이번 발굴에서 후기 구석기시대(약 4만년 전∼1만년 전) 그물추 14점을 발견했다. 그중 그물추 10점이 출토된 문화층(특정 시대 문화 양상을 보여주는 지층)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가 약 2만9천년 전으로 나와 이들 유물이 최고(最古) 그물추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선사고고학 전공인 한 관장은 연세대에서 한국 구석기 고고학을 개척한 고 손보기(1922∼2010) 교수 지도로 고고학을 배우고는 프랑스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남대 교수를 거쳐 2013년부터 모교에서 파른기념교수로 활동 중이다. 파른은 공주 석장리 유적을 발굴한 손보기 교수 호다.
연세대박물관은 1964년 발견된 남한 최초 구석기시대 유적인 석장리 유적과 제천 점말동굴 유적을 발굴했고, 이후에도 영월과 평창 등지에서 동굴을 계속 조사했다.
한 관장은 연세대에 둥지를 튼 뒤 교육 목적 학술발굴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2015년에는 영월 상동읍 구래리에 있는 동굴을 조사했고, 재작년부터는 여름방학이면 고고학 전공자와 매둔동굴로 향했다.
그는 "대학 발굴은 학생들이 다른 수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방학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여름방학에는 주로 조사를 하고, 겨울방학에는 자료 정리를 한다"고 말했다.
한 관장은 선사시대 동굴 유적을 조사하는 이유에 대해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이 발굴을 잘 안 하는 데다 야외 유적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며 "동굴에서 나오는 인골과 동물 화석 자료를 축적하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둔동굴은 지장천을 건너가야 하는데, 비가 많이 오면 가기가 힘들다"며 "이번에도 발굴을 못 한 날은 쉴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학박물관이 하는 학술발굴은 학교가 비용을 대지만, 사정이 넉넉하지는 않다.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비도 주고, 식사는 물론 틈틈이 간식도 제공해야 한다.
한 관장은 "숙박비를 아끼려고 휴가 성수기가 시작한 7월 20일부터는 숙소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며 "그나마 정선군에서 유물 분석 비용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학술발굴은 학생들이 경험을 쌓고 고고학 지식을 익히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한 달 동안 조사해도 기껏해야 2㎡밖에 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 현장에 온 학생은 체질만 하고, 익숙해지면 그제야 판단력이 요구되는 발굴 작업에 투입한다"며 "체질로 발견한 물고기 등뼈나 발굴로 찾은 숯은 크기가 매우 작다"고 덧붙였다.
한 관장은 과거에 대학박물관이 발굴을 주도하던 시절을 회상한 뒤 "대학이 참여하는 발굴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학박물관이 과거에 그랬던 것과 같은 소위 긴급공사에 따른 구제발굴 현장에 뛰어드는 일은 반대했다. 교육을 위한 학술발굴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학이 학술발굴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고고학 발굴 자격을 부여한 법적 기준이 고고학 전문발굴 기관들에 맞춰져 있어, 대학박물관이 이를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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