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가격 2천500억원대 밀수조직 적발…세관원 2명 수뢰·정보유출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정교하게 만들어진 중국산 가짜 명품(속칭 짝퉁) 시계를 수입해 시중에 판매한 밀수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짝퉁 시계는 정품 가격으로 계산하면 2천500억 원대에 이르며 세관 공무원이 통관담당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8일 중국산 가짜 명품시계를 수입해 시중에 유통하도록 한 혐의(상표법 위반 등)로 밀수입 총책 이모(38)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운송총책 강모(40) 씨와 관세청 공무원 이모·김모 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씨 등은 2016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에 있는 한 주상복합 건물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정품 가격이 2억3천만원인 명품 시계를 비롯해 해외 유명 상표가 부착된 짝퉁 시계 20여 종 3천700여 점을 보관하면서 978차례에 걸쳐 3억4천여만 원 상당의 시계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가 중국 조선족 판매상에게 가짜 명품시계를 주문하면 통관대행업체 안모 씨와 관세사 조모 씨 등은 짝퉁 시계의 국내 통관을 담당했다.
이들은 원산지 표시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수입하는 회사인 화이트 사업자는 서류 심사만 하고 화물검수 (X선 검사·전수검사) 없이 바로 통관되는 점을 이용해 짝퉁 물품을 통관할 때 화이트 사업자로 신고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 공무원 이 씨는 지난해 2월 물류업체를 운영하는 안 씨로부터 '거래업체의 조사를 잘 부탁한다'는 청탁과 함께 50만원을 받았고 세관 공무원인 김씨는 2016년 12월 세관원 출신인 관세사 조 씨에게 화물정보를 분석해 검사하는 인사 자료를 넘기는 등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국에 있는 도·소매상에게 물품을 일부 처분했고 인터넷, 카카오톡, 밴드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광고를 활용해 짝퉁 시계를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밀수한 짝퉁 시계는 시계 전문가들도 가짜와 진품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돼 개당 수십만원에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짜 명품시계 이외에도 짝퉁 가방·지갑 유통조직과 이를 비호하는 적폐세력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이 사용한 계좌와 유통망을 계속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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