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제재 부활' 맞대응 카드는…'대화'냐 '실력행사'냐

입력 2018-08-08 11:37  

이란, '美 제재 부활' 맞대응 카드는…'대화'냐 '실력행사'냐
AP "대미 대응 놓고 여론 양분"…"美와 대화" vs "우라늄 농축 강화"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도 거론…제재 효과·우방 지지 따라 대응 결정될듯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금융 제재가 지난 7일(현지시간)을 기해 공식 발효된 가운데 이란이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나설지가 국제사회의 초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란의 강력한 반발을 점치던 당초 예상과 달리 이란 정부 차원의 대응은 아직 두드러진 것이 없다는 게 언론의 대체적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 핵합의의 '백지화'를 선언한 이후 이미 예고된 사안인 탓에 시장이 느끼는 충격파도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제재 첫날 이란 리알화는 미국의 제재에 대비한 이란 정부의 대책 마련 덕에 우려와는 달리 가치가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앞으로 제재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일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이란도 미국을 향해 절체절명의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의 제재가 계속되면서 리알화 가치가 떨어져 수입물품의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 현장이 심해지면 가난한 이란인들이 극심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게는 미국 제재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현지 분위기도 전했다.
세계 경제질서를 이끄는 미국이 등을 돌렸다는 점에서 대외적 여건도 이란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재 첫날 트위터에서 "이란과 사업을 하는 누구든 미국과는 사업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제재는 그동안 부과된 것 중 가장 통렬한 것"이라고 이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유럽연합(EU)이 EU 기업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독일 다임러 등 수십개의 유럽계 다국적 기업들이 줄줄이 이란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키워주고 있다.
문제는 이란이 미국을 제재 드라이브를 무력화할 수 있는 '맞대응' 카드가 있느냐이다. 미국과의 직접적 통상관계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처럼 맞제재를 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란에서는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는 방안을 놓고 여론이 양분돼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북미정상회담 처럼 '외교적 출구'를 찾아 양국 정상이 사진을 찍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일지, 아니면 핵합의를 아예 포기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더 늘리는 등 핵 개발의 길로 나설지를 놓고 이란인들의 의견이 갈린다는 것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제재 하루 전 TV에 출연, 트럼트 대통령이 언급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들은 제 발로 (이란핵합의)협상장을 나가버리고 지금 이란 국민을 대적하고 있다"면서도 "정직이란 게 그들에게 있다면 이란은 협상을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말해,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경 대응도 여전히 살아있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실제 이란은 지난달 17일 핵 합의가 폐기되면 우라늄을 더 높은 농도로 농축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며 '실력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에 특화된 로터(회전자)를 생산하는 시설을 완공했다"며 "이 시설을 가동하진 않았지만, 생산을 시작하게 되면 10개월 안에 19만 SWU(분리작업량 또는농축서비스단위)의 농축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제재로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고 이란 혁명수비대 등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극단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이곳에서 해·공군 합동 훈련을 했다고 5일 확인한 데 이어 제재를 하루 앞둔 6일에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를 책임지는 나라"라고 재차 언급한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30%를 차지한다. 중동 주요 산유국이 아시아, 유럽 쪽으로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이다.
지리적 조건을 이용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세적 카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걸프 지역 친미 국가들과의 군사 충돌 가능성은 물론 이란핵합의 준수를 천명하며 제재 이후에도 원유 수입을 추진 중인 유럽과 중국, 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을 쉽게 예단할 수는 없다.
결국 "(이란 정부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미해결 문제인 상태"라는 AP 통신 의 지적처럼 이란의 대응은 미국 제재가 자국 경제에 실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EU와 러시아 등 미국 외 국가들이 제재 이후에도 얼마나 이란에 우호적 태도를 견지하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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