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교체시 콩기름 사용…남은 바퀴서 콩기름 검출 관건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 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레일러에서 바퀴가 빠져 일가족이 탄 SUV를 덮친 어처구니없는 사고에서 정비책임이 있었는지 가려질 수 있을까?
지난달 23일 오전 10시 50분께 평택시 포승읍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면 서해대교 끝 지점에서 1차로를 달리던 A(47)씨의 싼타페 차량이 반대편에서 날아온 트레일러 바퀴에 부딪힌 사고의 원인 규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청천벽력 같은 이 사고는 피해차량의 조수석에 타고 있던 A씨의 아내(47)가 현장에서 숨지고, A씨와 두 딸이 다쳤다는 점에서 사고경위와 책임소재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높다.
9일 경기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를 일으킨 문제의 트레일러 운전사를 입건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고 전 바퀴를 수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바퀴가 노후화로 인해 주행 중 자동으로 빠져 버린 게 아니라, 정비 불량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열어놓은 진술이었다.
하지만 정비사가 트레일러에 달린 22개의 바퀴 중 어느 바퀴를 수리했는지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찰은 정비 불량 여부를 가리기 위해 트레일러에 남아있는 바퀴에서 콩기름이 검출되는지 따져보는 감정을 진행 중이다.
트레일러와 같은 대형 화물차의 휠에 새 타이어를 끼울 때는 작업을 용이하게 하려고 타이어 표면에 콩기름을 바르기 때문에, 남아있는 바퀴에서 콩기름이 검출되지 않는다면 사고를 일으킨 바퀴가 교체된 바퀴라는 결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고차량 운전자 B씨의 25t 트레일러에는 좌우측 11개씩 총 22개의 바퀴가 달려 있다. 맨 앞바퀴는 좌우측 각 1개씩이나 2번째 줄부터는 2개씩 총 6줄의 바퀴가 있다.
사고는 이 중 4번째 줄 좌측 바퀴 2개가 빠지면서 발생했고, 안쪽 바퀴가 SUV를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 바깥쪽에 설치돼 있던 바퀴는 아직 수거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직후 B씨는 "사고 3일 전 4번째 줄 바깥쪽 타이어 펑크로 이천의 한 정비소를 찾아 정비사 C씨에게 타이어를 교체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좌측 3번째 줄 2개도 오래됐다는 이유로 함께 교체했다고 한다.
하지만 C씨는 경찰에서 "3번째 줄 2개를 교체한 것은 맞지만, 나머지 1개는 4번째 줄인 지, 5번째 줄인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했다.
만일 C씨가 교체한 바퀴가 4번째 줄 바깥쪽 바퀴였다면 C씨에게도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를 유발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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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 트레일러에 남아있는 5번째 줄 바깥쪽 바퀴를 정밀 감정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5번째 줄 바깥쪽 바퀴에서 콩기름이 검출되지 않는다면 C씨가 교체한 타이어는 아직 찾지 못한 4번째 줄 바깥쪽 타이어라는 결론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로 A씨와 C씨가 교체했다고 진술이 일치한 좌측 3번째 줄 바퀴 2개에선 콩기름이 맨눈으로도 식별됐다"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결과 C씨의 책임이 드러나면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 혐의로, C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각각 형사입건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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