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제작업체, 개당 600만원 온라인 카페 등서 홍보…단속할 법적근거 없어
"중학생도 손쉽게 구매" 지적…"장애인에게 필요" 통관 불허 반대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수입 금지 품목인 성인용품 '리얼돌'(전신 인형)을 국내에서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업체가 등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리얼돌을 풍속 저해 상품으로 보고 수입을 불허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이를 만들어 팔 경우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9일 경찰과 세관 당국 등에 따르면 리얼돌을 국내에서 제작한다는 업체의 홍보 카페가 올해 3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신설됐다.
성인만 가입할 수 있는 해당 카페에는 9일 현재 약 1천500명이 가입한 상태고, 하루 평균 200여명이 방문하고 있었다.
리얼돌 구입은 경기도에 있는 해당 업체를 직접 방문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카페에는 5월부터 8월 사이에 총 5개의 방문 및 구매 후기가 게시돼 있었다. '일베저장소' 등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홍보 글이 발견됐다.
리얼돌을 구매한 회원들은 "정말 대박이다. 실제 사람과 크게 차이가 안 난다", "160㎝에 30㎏ 정도 된다, 예쁘다"같은 평을 올렸다.
해당 업체에서 판매하는 리얼돌의 가격은 약 600만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성인용품을 미성년자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탓에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학생 아들이 이 업체에서 리얼돌을 구매했다는 A씨는 "성인 인증 카페라는데 아이들도 쉽게 가입이 가능하더라"면서 "공장을 차려서 전신 단백질 인형을 팔고 있는데, 수입은 불법이고 제작은 불법이 아니라니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관 당국은 리얼돌의 통관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풍속을 해하고 여성의 수치심을 현저히 자극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인천본부세관은 2015∼2017년 해외에서 리얼돌 60개를 국내에 들여온 혐의(관세법 위반)로 40대 남성 2명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에서 리얼돌을 제작해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속하거나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경찰 관계자는 "리얼돌과 같은 성인용품의 제작 및 판매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법 조항은 없다. 사용하는 재료의 유해성이나 사업자 등록 절차 등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관련 위법 행위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관에서 리얼돌 수입을 막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증장애인의 성욕 해소에 리얼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리얼돌 수입을 허용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19개 검색됐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세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통관을 불허하는 게 아니라, 교수·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성인용품 통관심사위원회가 현시점의 사회적 통념을 고려해 내리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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