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민주당 하원의원 예비선거서 팔레스타인계 탈리브 승리
공화·제3당 후보없어 무혈입성할듯…트럼프 반대하는 무슬림 출마 물결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여성 의원이 탄생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미시간 주 13선거구 민주당 연방하원의원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팔레스타인 이민자 2세인 라시다 탈리브(42·여)가 5명의 당내 경쟁자를 물리치고 승리했다.
디트로이트 대부분과 교외 지역을 포함하는 이 선거구에서는 공화당과 제3 정당 후보가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탈리브가 단독 입후보하게 됐다.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이 선거구를 50년 넘게 지켜온 존 코니어스 전 의원은 성추문으로 작년 12월 정계 은퇴했다.
지금까지 무슬림 여성이 미 의회에 입성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현역 무슬림 남성 의원도 키스 엘리슨(미네소타) 하원의원과 안드레이 카슨(인디애나) 하원의원 등 2명에 불과하다.
팔레스타인 이민자 부부의 14자녀 중 첫째로 태어난 탈리브는 2009∼2014년 미시간 주 하원의원을 역임하고, 이후 저소득층 법률 지원을 위한 비영리단체 '경제·사회적 정의를 위한 슈거 법률센터'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탈리브는 이날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여러분에게 희망을 드리겠다"며 "없어져야 할 모든 억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체계에 맞서 싸우겠다. 여러분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받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연설했다.
지난 2016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과 뜻을 같이하는 탈리브는 ▲ 보편적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의료보험제도) ▲ 최저임금 15달러(약 1만7천 원) ▲ 지속가능한 환경정책 ▲ 공립학교 재정지원 ▲ 공정한 이민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탈리브가 연방하원의원 도전을 결심한 것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 분열적인 유세 발언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중간선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층의 반(反) 무슬림 정책과 발언에 자극받은 무슬림 후보가 탈리브를 포함해 90여 명 출마했다고 AP는 전했다.
미시간-디어본 대학의 샐리 하월 아랍계미국인연구센터장은 탈리브의 예비선거 승리를 가리켜 "미국의 아랍계와 무슬림 커뮤니티로서는 커다란 승리"라고 평가했다.
19세기 말부터 미국으로 유입된 아랍계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디트로이트 주변에 주로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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