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 봤나 최대 쟁점
양측 진술 충돌시켜 모순점 찾기…사활 건 진실 공방 예상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9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동원 씨를 '동시 소환'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에 공모했는지를 놓고 양측이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만큼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들을 대질(對質)할 계획이다.
특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인근 특검 사무실로 드루킹을 출석시켜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드루킹은 오후 1시 40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특검에 도착했다.
그는 '대질 의사가 있느냐', '김 지사가 인사청탁을 부인하는 데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팀 박상융 특검보는 "대질조사의 필요성이 있어 소환했고, 두 사람 모두 거부하지 않으면 대질 조사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이는 댓글공작의 배후이자 총 책임자로 김 지사를 지목한 드루킹과 킹크랩 자체를 모른다고 부인하는 김 지사 중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결론 내려는 시도다.
드루킹과 김 지사를 한 공간에 앉히는 대질이 될지, 특검 측이 수시로 각자의 조사실을 오가며 진술을 맞춰보는 식이 될지 등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보고 사용을 승인·묵인했다고 본다.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가 당일 오후 8시께 출판사에 도착해 2층 강연장에서 '둘리' 우 모 씨가 시연하는 킹크랩을 봤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김 지사가 감탄을 표하거나 킹크랩 사용을 허락해달라는 드루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옥중 편지' 등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반면 김 지사는 출판사 방문 사실은 인정하지만 킹크랩 등 댓글조작 프로그램을 본 기억은 결코 없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는 드루킹이 킹크랩과 같은 불법적인 댓글조작을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앞서 특검 안팎에서 주장해왔다.
현재 양측 공방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출판사 내부 폐쇄회로(CC)TV 등 물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평행선을 달리는 드루킹과 김 지사의 주장 중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둘의 진술을 눈앞에서 충돌시켜 모순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날 조사는 드루킹이 짊어질 혐의의 무게와 김 지사의 정치적 명운이 맞부딪치는 승부처인 만큼 사활을 건 공방이 예상된다.
김 지사 측은 전날 입장을 내고 "진실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 대질신문이 아니라 그 어떤 것에도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루킹 역시 소환을 거부하지 않고 특검에 출석한 만큼 양측의 '어색한 재회' 장면이 이날 오후 가시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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