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캐나다의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인권운동가 석방 촉구로 촉발된 두 나라 갈등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사우디는 캐나다에 투자한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매각에 나섰고 이에 맞서 캐나다는 여전히 사우디 국민 인권 보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캐나다의 인권 보장 요구가 내정 간섭이라며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캐나다에 투자한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 중앙은행과 연금펀드는 해외 자산 관리 담당자들에게 캐나다에 투자한 주식·채권·현금 등 자산을 '어떤 비용을 들여서라도' 모두 처분하라고 지시했다고 이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사우디가 전 세계에 투자한 자산 규모는 1천억 달러(111조8천800억원 상당)에 이른다.
이 가운데 캐나다에 투자된 자산은 극히 적은 수준이지만 사우디 정부가 이를 매각하라고 한 것은 캐나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사우디의 이런 조치가 캐나다 금융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기도 하다.
사우디의 캐나다 자산 매각은 지난 7일부터 진행됐다.
이를 둘러싸고 사우디가 내정 간섭을 받았다고 판단하면 관련국에 대해 금융 및 정치적 힘을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은행권 인사는 "(캐나다 자산) 매각은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사우디 국민의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며 사우디 정부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사우디 정부가 인권 보장에 관한 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말해 화해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튀르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양국 문제는 '외교적 견해 차이'라고 말하고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장관이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였지만 상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외교 채널이 가동되고 있다"며 "사우디와 불편한 관계를 맺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는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라며 "인권 부문에 있어 진척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산업에너지광물부장관)은 양국 외교 갈등이 캐나다 원유 수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원유 수출은 정치적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두 나라 외교 분쟁은 주(駐)사우디 캐나다 대사관이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구속된 사우디 인권운동가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사우디는 이런 요구가 노골적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해 5일 캐나다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 명령하고 캐나다와 신규 교역, 투자를 동결했다.
사우디는 지난 5월 이후 여성의 운전 허용 등을 주장한 여성 인권운동가들을 대거 체포했다.
이 가운데 현재 14명이 수감돼 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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