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휴스턴 경유…중국 반대에도 미국 허용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오는 12일 대만의 수교국인 남미의 파라과이와 중미의 벨리즈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한다.
특히 차이 총통은 미국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공항 경유를 허용함에 따라 방문길과 귀국길에 각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휴스턴 공항을 경유지로 이용할 예정이다.
9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8박 9일 일정으로 파라과이와 벨리즈를 방문하기 위해 12일 출국길에 오른다고 대만 총통실이 전날 밝혔다.
차이 총통은 15일 파라과이의 마리오 압도 베니테즈 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파라과이 방문 일정을 소화한 뒤 16일부터 18일까지 벨리즈를 방문한다고 대만 총통실은 전했다.
차이 총통의 남미 2개국 방문에는 안보 및 외교 분야 고위관리, 입법 의원, 경제계 인사들이 대거 수행한다.
대만 총통실은 "방문단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휴스턴 공항을 경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차이 총통의 미국 공항 경유를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무역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이 문제로 더 꼬일지 주목된다.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 시 미국 국무부의 부차관보급 인사와 미국재대만협회(AIT) 회장이 영접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는 미국이 지난 3월 대만과 고위급 교류를 확대하는 내용의 대만여행법을 통과시킨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한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총통이 미국 영토를 방문하는 것에 반대해 왔다.
차이 총통은 지난 2016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 모두 3차례 미국을 경유해 다른 나라를 방문한 바 있으며, 그때마다 중국은 미국에 강력한 항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차이 총통의 파라과이와 벨리즈 방문은 중국의 외교적 압박으로 대만과 단교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성격도 띠고 있다.
중국은 독립파인 민진당 차이 총통이 집권한 2016년 5월 이후 군사, 외교 등 다방면에 걸쳐 대만에 대한 강경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는 중국은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위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차이 총통 집권 이후 2년여 동안 아프리카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 중남미의 파나마와 도미니카,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등 4개국이 단교했다.
이로써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당시 22개국이던 대만과의 수교국은 현재 18개국에 불과하다.
대만의 수교국 18개국 가운데 10곳은 중남미 지역에 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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