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함안보 구간 남조류 세포 수 12만800 cells/㎖로 작년 3배
환경단체 "낙동강 8개 보 전면 개방해야", 환경 차관 "10월 중 개방"
(함안=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쏟아져 내린 햇살이 수면 위에서 반짝이며 부서져도 초록빛 녹조가 선명한 강의 민낯까지 가릴 순 없었다.
9일 경남 함안군 강나루 오토캠핑장 옆에서 잔잔히 흐르는 낙동강은 곰팡이처럼 피어오른 녹조 알갱이로 범벅돼 몸살을 앓고 있었다.
4대강 사업 당시 수변 생태 복원과 수상 레포츠 활성화라는 '녹색성장'의 하나로 설치된 이곳은 문자 그대로 '진짜 녹색'이 되어버렸다.
창녕함안보에서 12㎞, 본포취수장에서 4㎞ 떨어진 이곳은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캠핑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적이 뜸했다.
매년 이맘때면 누가 부르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오는 불청객이지만 유독 올해 녹조는 예년보다 더 기승을 부린다.
녹조 띠는 진한 기름 덩어리처럼 뭉쳐 녹색 물보라를 일으키며 강가로 밀려들었다.
녹조 알갱이는 넓게 강 전체로 퍼져 멀리서 바라보더라도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 6일 측정 결과 낙동강 창녕함안보 구간 남조류 세포 수는 12만800 cells/㎖로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작년 이 시기 남조류 세포 수가 3만∼4만 cells/㎖였던 점을 고려하면 같은 경계 단계라도 농도가 약 3배 진한 셈이다.
식수로 이용되는 취수장 인근 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 취수장 측도 입구에 물레방아 형태 '로스타'(rostor)를 가동하고 있다.
로스타는 공전하는 자동차 바퀴처럼 회전하며 밀려드는 녹조를 다시 밖으로 밀어내는 장치다.
환경 당국은 녹조가 심해지자 관찰 횟수를 주 1회에서 2회로 늘려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날도 국립환경과학원은 배를 타고 낙동강으로 나가 남조류 세포 수를 측정하기 위한 시료를 채취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직원이 강 한가운데서 물을 퍼 올리자 녹조 알갱이들이 물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장마가 일찍 끝난 뒤 연일 폭염이 이어지며 녹조가 예년보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조류경보제 시행 뒤 재작년 녹조 발생 정도가 가장 심했는데 올해는 그때와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환경단체는 낙동강 8개 보를 전면 개방해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는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한 보 수문 즉각 개방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환경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경 당국은 낙동강 본류에 설치된 취수구 높이 때문에 당장 보 개방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수량이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 보를 개방하면 취수구가 물 밖으로 드러나 강물을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도 최근 창녕함안보를 방문해 "10월 중으로 수문을 개방해 보 수위를 낮출 계획을 검토 중이며 개방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며 "수막 재배농가에 대한 피해도 예상되는 만큼 계속 개방을 고집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안 차관 말대로라면 올해 녹조가 가장 극심할 것으로 예상하는 8월에 낙동강 보를 개방할 수 없다.
보 개방과 폐쇄를 둔 환경단체와 관계 기관 사이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낙동강청 관계자는 "보 개방은 우리 기관에서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환경부도 딱히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9월로 접어들면 날이 풀리면서 정도가 약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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