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정책과 네덜란드 조세정책 변화에 따른 것"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그동안 네덜란드에 대거 투자했던 미국 기업들이 올해 들어 대규모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네덜란드 언론이 보도했다.
네덜란드 공영방송인 NOS는 최근 미국 국무부 자료를 인용, 올해 1분기에 미국 기업들이 네덜란드에서 707억 달러(약 79조 원)의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올해 1분기에 전 세계에서 투자금 1천490억 달러(약 167조 원)를 거둬들였다.
NOS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작년의 경우 네덜란드에 총 9천360억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실제로는 네덜란드에 투자된 게 아니다. 투자금 가운데 80% 정도는 네덜란드에 오래 머물지 않고 다른 나라로 곧바로 이전됐다.
미국 기업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세제혜택이 많은 네덜란드의 쉘 컴퍼니, 메일박스 컴퍼니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것.
쉘 컴퍼니, 메일박스 컴퍼니는 법인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사업목적도 없고 영업활동도 하지 않으며 특별한 자산도 없는 서류상의 회사를 말한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하거나 세금회피의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NOS는 미국 기업들이 대거 투자금 회수에 나선 배경에 대해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12월 법인세를 인하한 것을 꼽았다.
미국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굳이 해외에 회사를 설립하거나 투자하는 것보다 미국에 남아 있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네덜란드 정부가 쉘 컴퍼니, 메일박스 컴퍼니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고 과세를 강화하기로 정책을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네덜란드는 가장 인기 있는, 조세회피를 위한 자금이전지역 중 하나로 인식돼왔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이를 종식하겠다며 내년부터 시행할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일자리 창출과 같은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두 팔을 벌려 환영하겠지만, 자본이전을 위한 돈의 창구를 만들려는 기업들은 사양하겠다고 네덜란드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꾼 것이다.
결국, 미국 기업들이 네덜란드에서 투자비 회수에 나선 것은 미국의 감세정책과 네덜란드의 조세정책 변화가 결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미국 상공회의소 측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같은 트렌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들이 EU에서 대거 투자비 회수에 나서면서 EU 역내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367억 유로(약 47조7천억 원)로, 지난 2016년 3천393억 유로(약 441조 원)보다 무려 89.2% 감소했다.
유로스타트는 작년에 미국 기업들이 EU 시장에서 2천742억 유로(약 356조5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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