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민자였다"…伊장관 발언에 반난민 극우당 반발

입력 2018-08-09 21:01  

"우리도 이민자였다"…伊장관 발언에 반난민 극우당 반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62년 전 벨기에에서 벌어진 탄광 참사로 희생된 이탈리아인들을 추모하며 "우리도 이민자였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 이탈리아 장관의 발언에 이탈리아 극우 정당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엔초 모아베로 밀라네시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벨기에 마흑씨넬르 광산 사고 62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이탈리아도 한때 이민자들의 나라였다"며 "유럽이 난민들로 곤란을 겪는 이 시대에, 우리 역시 외국인으로서 일자리를 찾아 다른 세계로 나갔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956년 8월 8일, 벨기에 마흑씨넬르 광산에서는 화재로 262명의 광부가 숨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당시 희생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6명은 이탈리아에서 이주한 광부들이었다.
최근 남부 농장에서 쥐꼬리만 한 일당을 받고 토마토 수확 일을 다니던 아프리카, 동유럽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태운 차가 전복되며 16명이 사망한 것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 착취 문제가 부각된 것과 맞물린 밀라네시 장관의 발언에 극우 정당들은 일제히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반(反)난민 정책에 앞장선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이 이끄는 '동맹' 소속의 리카르도 몰리나리 의원은 "호텔에서의 공짜 식사나 선물 등의 혜택을 결코 받은 적이 없는 과거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현재 이탈리아에 들어오는 불법 난민들과 비교하는 것은 진실과 역사, 상식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역시 "다른 나라로 떠난 우리 선조들은 이주국에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그 나라의) 규칙을 존중했다"며 과거 이탈리아를 떠난 이민자들을 현재의 난민과 연결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87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 남미, 서유럽 등으로 이주한 이탈리아인들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탈리아인들의 이민 행렬은 2차대전 직후부터 본격적인 경제 발전이 이뤄지기 전까지인 1970년대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최근에도 높은 청년 실업과 경기 침체 탓에 더 나은 미래와 일자리를 찾아 독일, 프랑스, 미국 등 해외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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