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자유로움이 좋아요"

입력 2018-08-10 08:45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자유로움이 좋아요"
길거리 놀이에서 아시안게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용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그리고 2020 도쿄 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케이트보드의 고향은 '길거리'다.
8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푸르내공원 익스트림 게임 파크에서 만난 김영민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코치는 "스케이트보드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스케이트보드는 그라피티로 꾸며진 거리에서 음악을 틀고, 개성적인 옷을 입고, 계단이나 난간을 무대 삼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놀이에서 출발한 스포츠다.
김 코치는 "거리에서 태어난 스포츠인 만큼 자유로운 게 특징"이라며 "선수들도 기존 운동선수들과 다르게 자유롭다. 개인적인 시간, 창의력과 멋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아시안게임은 새로운 도전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스케이트보드 정식 경기가 열리면서 첫 정식 국가대표팀도 생겼다.
은주원(17·수택고2), 최유진(17·한솔고2), 유지웅(14·배명중2), 한재진(14·충남중2)이 첫 스케이트보드 대표팀을 이뤘다. 중·고등학생인 이들은 이번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팀을 구성했다.
초등학생인 조현주(12·동교초5)와 '전직 간호사'인 맏언니 이유리(29)로 구성된 여자팀도 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남자팀만 출전한다.


이들은 스케이트보드가 주는 '자유'의 매력에 푹 빠져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이 뭐냐고 묻자 선수들은 "스케이트보드는, 자유로워요"라고 답했다. 이들은 평소 옷을 입을 때도 "달라붙는 옷은 절대로 안 입어요. 통이 크고 넉넉한 바지가 좋아요"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자유로움을 사랑한다.
방과 후에 연습을 해오던 이들은 방학을 맞아 경기도 용인에서 합숙에 들어갔다.
합숙을 처음 해본다는 은주원은 "자유가 없어졌어요"라면서도 "그것 빼면 다 좋아요. 재밌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유지웅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이미 자연스럽게 친해진 사이"라며 합숙 훈련이 재밌다고 거들었다.
은주원과 한재진은 각각 가족을 따라 미국, 독일에서 살 때 스케이트보드를 접했다. 최유진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스케이트보드를 아파트 단지 안에서 타다가 이 자리에 왔다. 유지웅도 초등학생 때 처음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작한 스케이트보드를 '스포츠'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다.
김 코치는 "우리도 첫 국가대표로서 대회를 준비하려니 설렌다"며 "우리가 처음이니까 책임감도 느낀다.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올림픽에도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의 활약을 보고 거리의 실력자들이 '선수 활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 스케이트보드 저변도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 대표팀은 용인 푸르내공원에 있는 익스트림 게임 시설에서 훈련하고 있다. 대표팀 전용 시설은 아니어서 선수들뿐 아니라 스케이트보드나 묘기 자전거(BMX)를 탄 일반인들도 함께 이용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최상의 환경은 아니지만, 선수들은 "극복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김 코치는 "메달을 노린다"며 목표를 제시했다.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는 '파크', '스트리트' 등 2가지 세부종목으로 나뉜다.
은주원과 유지웅이 출전하는 스트리트는 계단, 난간, 레일, 경사면 등 실제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구조물 안에서 기술을 펼치는 종목이다.
최유진과 한재진이 출전하는 파크의 무대는 몇 가지 슬로프로 구성돼 스트리트와 비교하면 아주 단순하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더 많은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선수들이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 대표팀은 유니폼은 아니더라도 개성을 살리면서도 운동하기에 편한 옷을 맞춰 입고 출격할 예정이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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