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두갈래 대응…美공격 외무성 담화 내고 北선 보도안해

입력 2018-08-10 10:32  

北, 美에 두갈래 대응…美공격 외무성 담화 내고 北선 보도안해
대외용 조선중앙통신엔 상세 게재…대내용 노동신문엔 언급 없어
北 "美, 南에 제재강요…훈시질 말고 북미관계 개선나서라" 압박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의 대(對) 미국 공세가 두 갈래다.
대외매체를 통해 미국에 할 말을 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말을 아껴 내부를 다독여가는 모습이다.
북한은 9일 밤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의 '선(先)핵포기 조치'를 일축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냈으나, 10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는 그와 관련한 언급이 없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 행정부의 대북제재 강화와 일부 관리들의 대북협상 태도를 지적하며 현재 교착 국면의 북미관계에서 더이상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대변인은 "조미(북미) 수뇌분들의 뜻을 받들어 조미 사이에 신뢰를 쌓아가면서 조미수뇌회담 공동성명을 단계적으로 성실히 이행해나가려는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미국은 이제라도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에 상응하게 화답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북한 주민 대부분이 읽는 노동신문에는 게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미국에 대한 불만이 크지만, 상대방에 대한 자극을 자제하면서도 북미 대화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이 정부 기관의 공식 입장을 담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도 북한 지도부의 이 같은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어렵게 성사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으로 내부에 선전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를 비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지난 4일 리용호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한 대미 비난 연설 역시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 소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노동신문은 논평 등을 통해 미국을 겨냥해 낮은 수위로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북남관계문제에 대한 부당한 간섭'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미국은 우리에 대한 '제재 압박의 강화'에 대해 운운하면서 싱가포르 조미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우리의 노력과 배치되게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미 국무부 관리가 개성공단 등 기업가들을 만난 사실을 언급, 미국이 남측 당국에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강박(강요)하고 있다"며 "이것은 북남관계 개선은 물론 조미대화 분위기에도 찬물을 뿌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은 북남관계 문제에 끼어들어 훈시질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조미관계 개선을 위해 응당 제 할 바를 해야 한다"며 "조미대화 흐름을 떠밀어나가기 위해서는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제재 압박 책동을 걷어치우고 서로의 신뢰에 기초한 실천적 행동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노동신문은 전날 '종전선언 발표가 선차적 공정이다' 제목의 개인필명 논평에서도 "종전선언 발표로 조미(북미) 사이에 군사적 대치 상태가 끝장나면 신뢰 조성을 위한 유리한 분위기가 마련되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노동신문의 이같은 비난은 북미관계 개선 및 비핵화 협상이 장기적이고 그 종착점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국의 부당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대내외에 알리면서 명분과 당위성을 만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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