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멸종 위기까지 갔으나 최근 개체수 급증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항공교통 허브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 인근에 쿠거(퓨마) 경계령이 내려졌다.
9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시카고 교외도시에서 쿠거 목격자 신고가 잇따르면서 일부 지자체가 쿠거 경보를 발령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해당 지자체인 스트림우드와 요크빌은 시카고 서부에 위치하며 오헤어국제공항에서 각각 16km, 55km 떨어져있다.
스트림우드 시 당국은 "지난달 숲 보존지구 인근 주택가 공원에서 쿠거를 봤다는 주민 신고를 계기로 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며 경보 발령 배경을 설명했다.
요크빌 경찰도 "지난 2일 주민 2명으로부터 쿠거 추정 동물 목격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학자들은 목격된 동물의 궤적, 사진, 충분한 증언이 없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리노이 주 천연보호국 야생동물 전문가 더그 더포드는 2008년 시카고 교외 주택가에서 쿠거가 경찰에 의해 사살된 일이 있고, 지난 1월에도 시카고 서부 교외지역 듀페이지 카운티 숲 보존지구에서 주민과 경찰이 쿠거를 목격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앞으로 쿠거 출몰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 대륙 토종 동물인 쿠거는 19세기까지 사냥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 주 서식지였던 중부와 동부에서 멸종 위기까지 갔고, 주로 로키산맥 서부에 제한적으로 서식했다.
동물학자 스티브 톰슨 박사는 최근 수년간 서부 지역의 쿠거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본 서식지인 중부지역으로 다시 확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거는 퓨마, 팬서, 아메리카 사자, 산 사자 등으로 불리는 큰 고양잇과 동물로 평원이나 숲지대, 사슴·토끼·너구리 등 먹잇감이 충분한 곳에 서식한다. 몸 길이는 약 2~2.5m, 체중은 약 30~100kg에 달한다.
쿠거는 200~250㎢의 영역을 필요로하며 생후 2~3년이 지난 숫컷을 영역 밖으로 쫓아내는 습성이 있다.
쿠거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지난 5월 워싱턴 주 시애틀의 30대 남성이 동료와 함께 산악자전거를 타다 쿠거 공격을 받고 숨진 사고가 있었다. 2008년에도 뉴멕시코 주의 50대 남성이 야생지역에서 목욕을 하다 쿠거에게 물려 숨졌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지난 100년간 120여 차례 쿠거 공격이 보고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숨진 사람은 최소 25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쿠거와 마주칠 경우 절대 뛰어서는 안된다"며 먹잇감을 쫓는 본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큰 소리를 내고, 가까이에 돌이 있다면 주워서 던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가능한 한 여러 사람이 붙어서서 몸집을 커보이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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