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로힝야족을 상대로 자행된 집단학살(제노사이드)과 반인도주의 범죄 책임자를 국제법정에 회부해야 한다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의 요청을 묵살했다.
아웅산 수치는 10일 관영 언론을 통해 발표한 국가자문역실 명의 성명에서 인종청소 논란을 촉발한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상대 잔혹행위를 국제법정에서 다뤄야 한다는 파토우 벤소우다 ICC 검사장의 주장은 '쓸데없는 일'(meritless)이며 기각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성명은 "검사장의 요청은 ICC가 미얀마에 대한 관할권을 얻으려는 간접적인 시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얀마는 ICC 설립을 위해 채택된 로마 규정의 당사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998년 채택된 로마 규정은 집단살해, 비인도적 범죄, 전쟁 범죄, 침략범죄 등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기소권은 로마 규정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ICC 검사에게 있다.
따라서 엄밀하게 따지면 로마 규정 당사국이 아닌 미얀마는 ICC 검사의 기소권 밖에 있다.
하지만 벤소우다 검사장은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에 대해 ICC의 관할권이 있는지를 질의했고, 미얀마에서 쫓겨난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한 방글라데시에 이 사건에 관한 '속지적 관할권'(territorial jurisdiction) 행사가 가능한지를 묻기도 했다.
수치 측은 "미얀마는 ICC 검사장과 (관할권 문제를 두고) 소송할 의무가 없다. ICC가 관할권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ICC 검사의 관할권 질의 등 과정에 절차적 결함이 있으며 투명성도 결여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 초소를 습격하자 미얀마군은 대규모 토벌 작전을 벌였다.
수천 명의 로힝야족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과 불교도가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며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로힝야족 난민들은 주장했다.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비판하고 관련자들을 국제법정에 세우는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상임이사국은 이런 움직임을 막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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