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심의관 때 '원세훈·전교조 사건' 문건 만들어
국회의원 10여명 재판현황 문건 정리한 판사도 조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원세훈 문건'을 비롯해 재판거래 의혹 문건을 다수 생산한 현직 부장판사를 소환해 조사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울산지법 정모(42) 부장판사에게 13일 오전 10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정 부장판사는 2013년 2월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등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문건들을 여럿 작성한 당사자다.
정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사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작성한 관련 문건에서 재판장과 주심 판사의 사법연수원 기수, 출신 학교 등을 정리하고 재판부의 판결 성향을 분석했다. 항소심 결과에 따른 청와대·정치권의 예상 반응과 함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구상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원 전 원장 사건을 두고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의견을 주고받은 정황을 담은 또다른 문건을 생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14년 12월 작성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에서는 시나리오별 청와대의 입장을 '상당한 손해', '상당한 이득' 등으로 분석했다. 대법원이 추진 중인 사업에 미칠 영향도 함께 분석한 뒤 재항고를 받아들이는 게 양측에 모두 이득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이 문건을 포함해 법원행정처가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둘러싼 전교조와 고용노동부 사이의 소송에 직접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정 부장판사는 법원 자체조사에서 상당수 문건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에 따라 작성했다고 진술했지만, 원 전 원장 사건과 관련한 일부 문건은 작성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현직 법관을 공개 소환하기는 정 부장판사가 두 번째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조실에 근무하며 법관사찰 등 문건을 만든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모(42) 부장판사는 8∼9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2016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근무한 판사 A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10여 명의 재판 현황을 정리한 문건을 확보하고 최근 A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이 문건에는 국회의원들의 양형 전망과 함께 벌금 100만원 이하로 형량을 받아 의원직 상실을 피할 수 있는 조언 성격의 분석까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문건이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작성됐다고 판단하고 실제 국회의원들에게 조언 내용이 전달됐는지, 법원행정처가 담당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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