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 상승해 산소량 줄고 녹조도 급속 확산…어류 서식환경 '최악'
1994년 닮은꼴, 당시 망가진 어장 지금도 회복 안 돼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로 대청호에 서식하는 빙어가 떼죽음 당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대청호에는 수온 상승과 더불어 수질을 악화시키는 녹조까지 빠르게 번지는 추세여서 자칫 최악의 폭염이 내륙 호수의 생태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11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옥천군 군북면 일대 대청호에 몸길이 4∼6㎝가량의 빙어가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죽어 떠오르고 있다.
죽은 빙어는 군북면 석호∼대정리에 이르는 약 5㎞의 수역을 가득 뒤덮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어민들이 9∼10일 수거한 양만 600㎏을 웃돈다.
빙어는 섭씨 12∼18도의 차가운 물에서 사는 냉수어종이다. 수온이 25도 이상 상승하고 물속 산소량이 줄어들면 폐사 가능성이 커진다.
이 지역에는 지난달 11일 내려진 폭염특보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호수 표층이 34∼36도까지 달아오른 상태다. 지난 8일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군북면 석호리 앞 호수의 수심 1m 지점을 측정한 온도는 30.8도였다.
꺾일 줄 모르는 폭염이 호수 안 깊숙한 지점까지 뜨끈하게 데우고 있다.
수온이 높아지면 물속 산소량이 자연스럽게 줄고 물고기 서식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된다. 빙어 같은 냉수어종은 물론 붕어·잉어 등도 살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청호 문의수역에는 지난 8일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당 8천36개까지 치솟아 순식간에 경보 발령기준(2주 연속 1천개 이상)을 8배나 초과했다. 회남수역 유해 남조류 세포 수도 4천600개를 돌파해 다음 주 경보 발령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는 수중 생태계를 구성하는 필수요소지만, 과다 증식할 경우 악취를 풍기고 물고기를 죽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국립환경과학원 금강물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남조류는 햇볕이 강하고 수온이 25도 안팎일 때 쉽게 번성한다"며 "폭염으로 대청호가 서서히 달아올라 녹조가 확산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폭염으로 수중 환경이 척박해지면서 수심이 얕거나 물 흐름이 느린 곳을 중심으로 죽어 떠오르는 물고기도 늘고 있다.
대청호 어부 손모(72)씨는 "요즘 배를 몰고 호수에 나가면 죽은 물고기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며 "팔뚝만 한 누치나 잉어가 기력 없이 수면에 떠올라 입을 벌름거리면서 죽어가는 모습도 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온 상승과 녹조 확산이 물고기 폐사를 부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도 내수면산업연구소 황규덕 팀장은 "30도에 육박하는 물속은 산소량이 급속히 떨어져 물고기 폐사가 시작된다"며 "냉수어종인 빙어가 1차적으로 떼죽음했지만, 폭염이 이어지면 다른 어종도 폐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같은 폭염이 지속할 경우 호수 어장이 송두리째 망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청호에서는 올해 못지않게 폭염이 기승한 1994년에도 빙어를 비롯한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다.
어민들은 당시 죽은 물고기가 수면을 뒤덮은 뒤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회복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가장 피해가 컸던 빙어는 이후 충북도와 옥천군에서 한 해 100만개 넘는 수정란을 인공부화하는 등 증식에 열을 올리는 데도 좀처럼 예전 개체 수를 회복하지 못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과거 25∼30t에 달하던 빙어 어획량이 작년에는 7t대로 줄었다"며 "해마다 증식사업을 펴고 있지만, 한 번 망가진 어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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