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팔순의 나이로 동남아시아 밀림에서 9년째 곤충 사진을 찍는 한국인 사진작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인도네시아 제2도시인 수라바야에서 차로 4시간 거리인 프로볼링고 지역 산골 마을에 거주하는 조유성(83·여)씨.
의사인 남편과 결혼해 충청북도 청주에서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던 그는 40살이 되던 해 처음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어쩌다 생긴 수동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직접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던 것.
조씨는 11일 연합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그때만 해도 기본적인 조작 외엔 아는 게 없었다. 그런데 비 오는 날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더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진이 잘 나온 걸 보고 신기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에 소질이 있었던지 조씨는 입문 2년만인 1978년 충북 전국사진공모전 금상을 시작으로 한국사진작가협회 전국회원전 10걸 상과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등을 잇따라 수상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두는 피사체는 야생화와 곤충이다.
"풍경이 숲 바깥을 찍는 것이라면 내 작업은 숲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라면서 "곤충 세계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와 비슷해 더욱 빠져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작업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을 렌즈에 담고자 차량 내에서 숙식하며 3년에 걸쳐 백두산에 오르기도 했다.
조씨는 2000년대 후반부터는 열대지방 동식물로 시선을 돌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작업하고 있다.
나비 사진을 찍기 위해 말레이시아 페낭 주 인근 원시림에 들어갔을 때는 아예 숲 속에 나무와 진흙으로 움막을 짓고 생활했다.
3년 전 프로볼링고 지역으로 옮겨 새 작업장을 차린 조씨의 일과는 아침엔 인근 호수에서 물가 생물을 찍고 밤에는 마을 주변에서 희귀한 나방을 찾는 식으로 짜여 있다.
친해진 주민들이 숲 속에서 찾은 꽃과 곤충들을 직접 가져다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조씨는 고령에도 이처럼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을 묻는 말에 "체력과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에 살짝 미쳐야 하고 (득실을)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한 차례 전시회를 열어 동남아에서 한 작업 결과를 공개했던 그는 내년 초 청주에서 재차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작업할 것이다. 치매에 걸릴 때까지는 발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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