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 수립 100주년 맞아 '임정 경찰 알리기'…핵심가치 부각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3·1 운동 직후인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임시정부이긴 했으나 대통령과 내각, 헌법이 존재했고, 정부 운영에 필요한 각종 조직체계도 갖췄다.
임시정부에는 경찰 조직도 있었다. 중요인물 경호, 청사 경비 등 임시정부 수호 임무뿐 아니라 교민 보호, 일제 밀정 차단, 일제 침략자와 반민족행위자 처단 등 현대 경찰의 경비·경호·정보·보안기능에 해당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임시정부 경찰 활동은 경무국장이 총괄했다. 오늘날의 경찰청장에 해당한다. 임시정부를 이끈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이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과 함께 초대 경무국장을 맡았다.
경찰청은 내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임시정부 경찰과 관련한 자료 수집·연구 등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임시정부 경찰의 존재와 핵심 가치 등을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임시정부 경찰은 내무부 산하 경무국을 중심으로 비밀 지방조직인 연통제 산하 경무사와 경무과, 교민단 산하 의경대 등으로 조직이 꾸려졌다.
경무국은 임시정부 요인 경호, 일제 정탐 방지, 정찰 등 업무를 맡았다. 경무사와 경무과는 국내에 잠입해 군자금을 모집하고, 연락과 선전을 담당하는 등 각종 기밀·조사·경호 업무를 수행했다. 의경대의 주된 활동은 상하이 교민단의 자치와 안전을 지키고, 일본 측 분자의 행동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임시정부가 충칭으로 근거를 옮긴 1940년 이후에는 임시정부 요인 경호와 청사 경비를 맡는 경위대, 경무국 직제를 과 단위로 바꾼 경무과로 운영됐다.
김구는 저서 '백범일지'에서 임시정부 경찰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남의 조계지(외국인이 머물며 치외법권을 누린 지역)에 붙어사는 임시정부이니만치, 경무국 사무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통 경찰행정과는 달랐다. 주요 임무는 왜적의 정탐활동을 방지하고, 독립운동자의 투항 여부를 정찰해 왜의 마수가 어느 방면으로 침입하는가를 살피는 것이었다."
임시정부 경찰 요원 가운데는 친일파 처단, 독립운동자금 모금 등 항일 비밀공작과 무장투쟁에 관여한 이가 많다. 해방 후 정부가 수립된 이래 임시정부 경찰 요원 중 54명에게 건국훈장이 추서됐다.
1926년 12월 한반도 수탈의 핵심 기구였던 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하려다 불발된 뒤 일제 경찰과 총격전 끝에 자결한 나석주, 1932년 일본 관동군 사령관과 만주철도 총재 폭살 계획을 추진하다 체포돼 옥중에서 순국한 유상근 등 여러 경찰 요원들이 항일 무장투쟁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임시정부 경찰의 존재를 널리 알리고, 김구 선생이 경찰에 남긴 '애국·안민의 민주경찰' 당부와 임시정부의 핵심 가치를 경찰 정신의 덕목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한국 현대사에서 국민을 보호하고자 불의에 맞선 민주화 유공 경찰관과 의인 경찰관을 발굴하는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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