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잠실 롯데전에서 KBO리그 9경기 만에 첫 홈런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스콧 반 슬라이크(32)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이 끝난 뒤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두 번이나 다녀온 그는 KBO리그 데뷔 9경기 만에 처음으로 홈런을 터트렸고, 팀은 5-2로 승리했다.
수훈 선수로 뽑힌 반 슬라이크는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 후 공식 인터뷰를 소화한 뒤 더그아웃에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홈런을 친 선수에게 주는 두산의 마스코트 '철웅이' 인형이 꼭 쥐어져 있었다.
두 아들의 아빠인 반 슬라이크는 경기 후 조시 린드블럼(31)의 아이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본 뒤 "인형은 아이들에게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통 선수들은 홈런을 치고 난 뒤 인형을 받으면 관중석으로 던져 팬들에게 선물한다.
그러나 반 슬라이크는 한국에서 홈런을 쳤다는 첫 번째 증거를 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에 경기가 끝난 뒤에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두 아들 가운데 누구에게 줄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웃으며 "반으로 잘라서 주면 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한솥밥을 먹어 국내 야구팬에게도 친숙한 그는 올해 6월 대체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시즌 중간에 KBO리그를 찾은 그는 투수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며 이날 경기 전까지 8경기에서 타율 0.111(27타수 3안타)에 그쳤다.
반 슬라이크는 "아직 한국 투수에 익숙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는 "가장 힘들었던 건 타이밍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어 "2군 내려가서 (다저스 시절) 타격 폼으로 수정하다 보니 다시 타이밍이 안 맞았다"면서 "계속 참으며 스윙 연습을 한 덕분에 타이밍이 맞아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4-2로 앞선 7회말 2사 후 진명호의 컷 패스트볼을 때려 왼쪽 담을 넘겼다.
"직구 타이밍에 치려고 생각했고, 빠르게 꺾이는 공이 들어와 앞에서 맞은 덕분에 홈런이 됐다"고 홈런 상황을 설명한 반 슬라이크는 "정말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이날 2타수 1안타에 볼넷 2개까지 얻은 반 슬라이크는 "오늘 경기만 놓고 본다면 (KBO리그에) 적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약을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은 항상 팬들이 따라다닌다"면서 "항상 감사하다. 실망하시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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