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록이 죽었다고 했나…이토록 뜨거운 펜타포트의 밤

입력 2018-08-11 23:10  

누가 록이 죽었다고 했나…이토록 뜨거운 펜타포트의 밤
린킨파크 마이크 시노다, 무대에 태극기 걸고 공연



(인천=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국내 최대 야외 록 음악축제인 제13회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11일 열기를 이어갔다.
축제 이틀째를 맞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달빛축제공원은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록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 라인업의 특징은 신구 조화.
인더스트리얼 록의 전설인 나인 인치 네일스(NIN)와 린킨파크의 멤버 마이크 시노다, 소음마저 음악의 경지로 끌어올린 아일랜드 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후바스탱크, 자우림 등이 무게 중심을 잡았다.
여기에 일본 헤비메탈의 자존심 크로스페이스, 일본의 떠오르는 신예 서치모스와 네버 영 비치, 한국의 혁오·0.0.0·칵스·아도이·세이수미·새소년 등 쟁쟁한 젊은 밴드가 균형을 맞췄다.
라인업이 공개된 뒤 일각에선 "올드보이들이 헤드라이너"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정통 록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뚝심 있는 캐스팅을 했다는 호평도 팽팽하게 맞섰다.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페스티벌과의 경쟁에 밀려 축제를 취소하는 대신, 나름의 자구책을 찾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여름 축제의 양대산맥이던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은 올해 축제를 취소했다.
적어도 이날 공연은 후자에 가까웠다.
30∼40대 록 팬들은 비틀스, 너바나, 메탈리카 등 전설적인 밴드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티셔츠를 입고 '덕력'(마니아적 기질)을 과시했다. '록페가 장난이야? 놀러 왔어?', '지속 가능한 덕질' 등 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깃발도 눈에 띄었다. 부모님이나 어린 자녀와 동행한 가족도 있었다.
이보다 어린 연령대의 관객들은 발랄하게 축제를 즐겼다. 시티팝 밴드의 공연을 보며 살랑살랑 춤췄고, '셀피'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펜타포트 관계자는 "지난해 사흘간 7만6천명이 몰렸는데 올해는 그보다 관객 수가 늘었다. 정확한 숫자는 집계 중"이라며 "펜타포트가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 록 페스티벌인 데다, 티켓값이 EDM 축제에 견줘 저렴하다는 점도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에 한몫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건 린킨파크의 마이크 시노다였다. 그가 린킨파크의 보컬 체스터 베닝턴의 죽음 이후 페스티벌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팬들은 태극기를 건네며 응원했다. 시노다는 태극기를 무대 한가운데 걸고 60분 가까이 공연을 진행했다.
그는 '웨어드 유 고 매시업'(Where'd you go mashup)을 부르면서는 "나는 음악을 섞는 걸 좋아한다. 아마 스매싱펌킨스, 우탱클랜, 마이클 잭슨을 합친 음악을 하는 밴드가 나인 인치 네일스일 것"이라고 했고, 린킨파크의 히트곡 '인 디 엔드'(In the End)를 부르기에 앞서 베닝턴의 이야기를 꺼냈다.
"저를 보러온 분들이 슬퍼하길 원하진 않아요. 즐겁고 의미 있었으면 해요. 체스터 얘기를 좀 할게요. 우리가 내한공연을 왔을 때 체스터 사진을 본 적 있나요? 정말 즐거워했었죠. 여러분이 최대한 크게 '인 디 엔드'를 따라불러 줬으면 좋겠어요."
나인 인치 네일스의 화려한 무대도 압권이었다. 강렬한 기타 리프와 둔중한 베이스가 중심을 잡은 가운데 트렌트 레즈너의 힘 있는 보컬이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여기에 수백 개의 조명이 명멸하며 밤을 밝혔다.
펜타포트는 오는 12일까지 이어진다.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후바스탱크, 혁오, 서치모스 등이 무대에 오른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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