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청각 장애인이 모는 택시 달린다

입력 2018-08-12 09:11  

서울에서도 청각 장애인이 모는 택시 달린다
동국대 소셜벤처 ㈜코액터스, 청각장애 택시기사 위한 앱 개발
'경주 1호' 이어 서울서도 청각장애 택시기사 운행 예정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조만간 서울에서도 청각 장애인이 모는 택시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한 대학생들이 만든 택시 내 의사소통 애플리케이션(앱) '고요한 택시'를 통해서다.
동국대 창업 동아리로 시작한 소셜벤처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컴퓨터공학과 4학년)는 1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서울의 한 택시회사와 최근 계약을 마쳤다"며 "서울시와의 마지막 조율을 마치면 조만간 실제로 서울에서도 청각장애인 택시 기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는 다른 운수업과 달리 손님과 직접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청각 장애인에게 택시 운전대를 잡는 일이란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코액터스의 '고요한 택시'를 통해 승객과 소통이 가능해졌고, 올해 6월 경북 경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청각 장애인이 운행하는 택시를 탈 수 있게 됐다.
'고요한 택시'는 태블릿 PC로 기사와 승객을 연결해 준다.
승객들은 음성인식을 이용하거나 직접 메시지를 적어 기사에게 목적지 등을 전송할 수 있다. 기사는 운전 중 태블릿 PC를 조작할 수 없기 때문에 '목적지 인근에 도착했습니다. 상세한 주소를 입력하세요' 같은 미리 정해진 간단한 문구를 선택해서 승객에게 알릴 수 있다.
송 대표는 "앱을 만들 때 기사님의 운전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또한, 택시 안에서 승객과의 의사소통을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했고, 지금도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청각 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는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지만, 청각 장애인도 도로교통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55㏈(데시벨)의 소리만 들을 수 있으면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 문제가 없다.


송 대표는 "처음 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그런데 아예 듣지 못하는 분들은 원래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는 데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 보청기나 인공 와우(달팽이관) 등을 통해 도움을 받기 때문에 청각 장애인도 운전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라는 아이디어는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는 순수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송 대표는 "청각 장애인은 외관상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어서 오히려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더 많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기억했다.


송 대표가 이끄는 ㈜코액터스는 사회공헌 비즈니스 관련 글로벌 대학 연합 단체 '인액터스'의 국내 경진대회에서 지난달 우승을 차지했다. 향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한국 대표로 나선다.
그는 "회사의 대표로서 이윤 창출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업을 통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며 "다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돌 하나 놓는, 발판을 만드는 사업을 꾸려가고 싶다"고 웃었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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