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30년 가까이 운영하며 생활도자 대중화 이끌어…"친환경 일찍 실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에 자리한 생활도자기 기업 이도로 향하는 길에는 도자 매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도를 이끄는 이윤신 대표가 1990년 경기 안양에 아락아트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공방 겸 매장을 열었을 때만 해도 흔치 않았던 풍경이다.
사람들이 종지 하나라도 예쁘고 독특한 것을 찾게 된 데는 이 대표를 비롯한 생활도자기 1세대가 끼친 영향이 크다. 이도는 특히 아름다움과 쓰임새를 두루 갖춘 '작품 같은 그릇'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식기만이 차지하던 식탁 풍경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 왔다. 귀하게 만든 그릇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것은 그릇을 아끼자는 것이 아니라, 삶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를 만들어가는 것에서 비롯된다."(2013년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기획전 '이윤신-흉내 낼 수 없는 일상의 아름다움')
30년 가까이 생활도자기 대중화에 힘쓴 이 대표는 올해 새 도전을 시작했다. 3월에 이도 제품 500여 종을 아우른 공식 온라인몰을 연 데 이어 5월 아마존닷컴에 입점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에도 나섰다. 최근 가회동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온라인몰만 해도 벌써 2천 명이 가입하는 등 기대보다 더 성황리에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도 도자기는 이 대표 디자인을 바탕으로, 여주 세라믹스튜디오 도공 50여 명이 직접 빚어 만들어낸다.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닌 만큼, 모양도 크기도 무늬도 어느 하나 똑같지 않다. 매장에서 그러한 '손맛'을 비교해가며 사는 이들이 주 고객이었던 만큼, 온라인몰 오픈이나 아마존닷컴 입점은 쉽지 않은 숙제였다.
이 대표는 "다행히 이도 고객층이 확대되면서 굳이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라면서 "온라인몰은 온라인이라는 시류를 타면서도, 브랜드와 가치를 알리는 길로써 필요하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릇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서 여러 곡절을 경험한 이 대표도 올봄 아마존닷컴에 처음 내놓은 그릇들이 처음 팔리던 순간에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고.
"어떠한 홍보나 마케팅도 하지 않고 모험적으로 해봤으니깐요. 아마존닷컴 같은 곳은 특정한 공략대상을 정하기 어렵잖아요. 아직은 추이를 보고 있어요." 첫 입점 당시 5개 상품을 선보인 이도는 이제 제품군을 30개로 늘려 판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유약을 바르지 않은 무유라인을 최근 출시하는 등 새 제품군 개발에도 한창이다.'탈(脫) 플라스틱' 바람이 부는 시대에 발맞춰, 이미 5년 전 출시한 도자 텀블러 디자인을 다시 손보는 중이다. 이도 아뜰리에 작가들과 협력해 친환경 빨대 또한 고안 중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 아닌 이도가 이만큼 성장한 비결로 디자인을 꼽았다. "디자인이 우선이고, 그 아래 실용성이 밑받침돼 있다고 봐요. 사실 이도를 카피한 것이 많아 괴로워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에 너무 신경 쓰지 않고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돌이켜보면, 도예가로 남지 않는 길을 선택할 때는 정말 두렵기도 했어요. 나 혼자 만족하는 작품이 아니라, 세상에서 많은 사람이 쓰게 되는 제품이 되는 것이니깐요.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잘 해왔다 싶네요."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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