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일정 마무리…남북 민간교류 '마중물'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3년 만에 열린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북측 대표단이 12일 2박 3일의 방남 일정을 모두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북한 노동단체 조선직업총동맹(직총) 주영길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 64명은 이날 오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출경 절차를 밟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환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이들을 배웅했다.
북측 대표단이 도라산 CIQ로 가기 위해 숙소인 서울 워커힐호텔을 출발할 때 호텔 앞에서는 양대 노총 조합원과 '통일축구 서울시민 서포터즈' 등 약 100명이 모인 가운데 환송 행사가 열렸다.
헤어질 때 부르는 북측 가요 '다시 만납시다'가 스피커로 울리는 가운데 양대 노총 조합원 등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북측 대표단을 환송했다.
호텔 현관을 나서는 북측 대표단은 밝은 표정이었다. 손에 작은 한반도기를 든 이들은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남측의 환송에 화답했다.
앞서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헌신한 전태일 열사와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통일운동가 문익환 목사의 묘소에 참배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 전 국회의원과 문익환 목사의 아들 배우 문성근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2015년 10월 평양 대회에 이어 약 3년 만에 개최됐다. 남측에서 열린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 참석차 북측 대표단이 방남한 것은 2007년 경남 창원 대회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 10일 서울에 도착한 북측 대표단은 대회 기간 양대 노총과 남북 노동자단체 대표자회의, 산별·지역별 모임 등을 하며 노동 분야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북측 대표단은 처음으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잇달아 방문하기도 했다.
11일에는 대회 하이라이트인 남북 노동자 축구경기가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양대 노총 조합원과 서울시민들의 열띤 응원 속에 남북 노동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함께 땀 흘리며 우의를 다졌다.
남북 3개 노동단체는 대회 마지막 날에는 올해 10·4 선언 11주년을 계기로 '제2차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 노동자회'를 개최하고 해마다 대표자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공동합의문도 발표했다.
이번 대회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 첫 번째 남북 민간교류행사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노동계는 이번 대회가 남북 민간교류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북 교류를 위한 사회단체 협의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김홍걸 대표상임의장도 대회 기간 주영길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만나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호텔에서 11일 열린 환송 만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이번 대회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분위기를 정부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의미도 있다. 대회 기간 남북 3개 노동단체는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번 대회에 대해 "판문점 선언 이후 최초의 민간교류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향후 각계각층으로 남북 교류를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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