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에 소장품까지 팔아 여비 마련…K팝 빠지려면 이정도 투자 당연"
누적관객 70만 넘겨 세계최대 한류축제로…'K라이프스타일'도 자리잡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동부 뉴저지에서 날아왔어요."
11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미국프로농구 LA 레이커스 홈코트로 유명한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스테이플스센터 앞에서 만난 서브리나 벤헤이진(20)은 미 동부 뉴욕 인근 주(州)인 뉴저지에서 사흘 전 왔다고 했다.
케이콘 뉴욕에는 가본 적이 있지만, 케이콘 LA는 처음이다. 너무 설레 며칠간 잠도 설쳤다.
"몇 달 동안 아르바이트도 하고 아끼던 개인 소장품도 중고시장에 내다 팔았어요. 그렇게 모은 여비로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세븐틴, 워너원의 춤에 빠져들 시간이에요."
학생인 서브리나는 뉴욕에서도 케이콘이 열리지만, 성이 차지 않아 미 대륙을 건너왔다고 한다.
뉴저지에서 LA까지는 2천800마일(약 4천500㎞). 서울-LA 거리(9천600㎞) 절반에 가까운 여정이다.
다른 K팝 팬 신시아(22)도 "케이콘을 위해 일종의 파이낸싱(자금조달)이 필요했다"면서 "오리지널 K팝 팬으로서 그 정도 투자는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가 넘치는 K팝에 빠지면 그런 지출은 이해할 수 있다"며 웃었다.
신시아는 그러다 올해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던 샤이니 얘기가 나오자 금세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다.
케이콘 LA를 주최하는 CJ ENM은 "전체 관람객의 93%가 LA 이외 다른 도시, 다른 주에서 온다. K중소기업 제품 판매를 포함해 행사 기간에 창출되는 경제효과가 2천만 달러(226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케이콘(KCON) 2018 LA'가 열린 LA컨벤션센터(LACC)와 스테이플스센터 등 LA 다운타운 남부 랜드마크 지역이 온통 'K팝의 성지'로 변했다.
스테이플스센터와 컨벤션센터는 공연 시작 3시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컨벤션 현장에서는 K팝 커버댄스와 11팀의 팬 미팅이 열기를 더했다.
한참 줄을 선 끝에 아이돌학교 출신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의 사인을 받은 팬은 친구들에게 자랑하러 쏜살같이 달려간다.
세계적 열풍이 일고 있는 커버댄스는 한자리에선 모자라 컨벤션 공간 대여섯 곳에 무대가 마련됐다.
주변에는 K푸드 스트리트가 자리 잡아 응원하느라 힘이 빠진 K팝 팬들이 허기를 달랬다.
드디어 첫날 공연 오프닝.
모모랜드가 'BAAM'과 '뿜뿜'으로 분위기를 띄우자 체육관이 떠나갈 듯 들썩거린다. 진행자가 '과도한 응원 자제'를 요청할 정도다.
새 얼굴 '골든차일드', 'IN2IT'이 무대를 달군 뒤 '트와이스'가 등장하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10대 남학생 팬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무대 옆 스탠딩 존의 관객들은 손을 내민 트와이스 멤버 지효, 쯔위, 모모, 다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괴성을 질렀다.
2년 만에 케이콘 LA 무대에 다시 섰다는 트와이스 멤버들은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출신의 K팝 디바 에일리는 '나, 집에 돌아왔다'는 인트로와 함께 등장한 뒤 관객을 모두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며 무대를 휘어잡았다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탄생한 워너원은 '괴물 신인'답게 첫날 피날레를 박력 있게 장식했다. 올해 말까지로 활동 시한이 정해진 프로젝트 그룹이라 현지 K팝 팬들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목청껏 '워너∼원'을 외쳤다.
2012년 LA 남쪽 어바인에서 처음 시작된 케이콘의 최초 무대는 도합 관객 수 1만 명이었다.
7년을 이어온 케이콘은 19차례에 걸쳐 뉴욕, 일본 도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프랑스 파리, 멕시코시티, 호주 시드니 등지로 지평을 넓혔다.
케이콘 LA 이전까지 누적 관객 63만4천 명. 케이콘 LA 관객은 9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누적 관객 70만을 넘기게 된다.
케이콘 LA 입장권(하루 기준 2만5천석)은 발매 시작 1시간 만에 동났다.
이틀간의 콘서트와 컨벤션 관람객을 모두 더한 것이 케이콘 LA 입장객 전체 숫자다.
케이콘 LA에는 에일리, 다이내믹 듀오, 크러쉬, 모모랜드, 트와이스, 워너원, 청하, 프로미스나인, 준, 뉴이스트W, 펜타곤, 인팩트, 세븐틴 등 19팀이 공연했다.
케이콘을 총괄하는 CJ ENM의 신형관 음악콘텐츠유닛장은 "관객 1만 명의 행사로 시작한 케이콘이 그룹 최고경영진의 의지와 꾸준한 투자로 세계 최대 규모 한류 축제로 성장했다"면서 "K라이프스타일도 어느새 미국 청소년 사이에 힙(hip·최신유행)한 문화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LA 시의회 표창을 받은 CJ는 미국 내 한국 문화를 증진한 공로로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賞) 수상자로 선정됐다.
케이콘은 지난 4월 일본, 6월 뉴욕, 이번 LA에 이어 다음 달 29∼30일 동남아 최초로 태국 방콕 임팩트 아레나·국제전시장에서 'KCON 2018 태국'으로 열기를 이어간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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