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101' 중소기업들, 케이콘 바람 타고 미국시장 뚫는다

입력 2018-08-13 12:01  

'프로덕트 101' 중소기업들, 케이콘 바람 타고 미국시장 뚫는다
CJ의 선단형 시장공략 전략…K뷰티·리빙·패션 현지 바이어와 네트워킹
프로젝트 참여기업 "美시장은 꿈꿔보지 못한 곳…상상못한 기회 잡았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엠넷 '프로듀스 101'은 국가대표 걸그룹 기획 프로젝트를 기치로 내걸고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두 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다양한 배경의 연습생 101명이 당차게 '픽미 업(pick me up)!'을 외치는 모습이 단숨에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아 시즌을 바꿔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중소기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리빙, 뷰티, 패션, 키즈, 지식서비스 등 국내 유망 중소기업 101곳을 선정해 차례로 관문을 통과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프로덕트 101 챌린지'가 시작됐다.
CJ그룹이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한 작은기업 육성 프로젝트다.


'프로덕트 101' 대표 기업들이 미국 서부의 관문 로스앤젤레스(LA)로 날아왔다.
1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주 LA 도심 LA컨벤션센터(LACC)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18 LA'에서 만난 블루커뮤니케이션의 정희용 대표는 가슴 벅찬 표정이었다.
"미국시장은 꿈꿔본 적이 없던 곳이에요. 중소기업이 큰 시장에 진출하는 게 참 어려운데, 여기서 바이어들과 네트워크가 생겼어요. 상상할 수 없던 기회를 잡은 겁니다."
이 회사는 소프트웨어(SW) 코딩 학습을 위한 로봇·자동차·게임기 등을 만드는 코딩 교육 전문기업이라고 한다.
LA에는 '어썸봇'이라 부르는 로봇을 들고 왔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히트곡 '나야나'에 맞춰 춤추는 로봇을 현장에서 시연했다.
정 대표는 "K팝으로 귀를, 로봇댄스로 눈을 사로잡고 나서 다양한 코딩과 응용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는 데 호응이 괜찮답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달에 다시 미국에 건너와 현지 바이어들에게 샘플 교육을 할 기회도 얻었다고 한다.
케이콘 현장에 부스를 연 뷰티 기업 ㈜이지앤심플의 전용규 이사는 "10대부터 20∼30대까지 팬들이 쉴 새 없이 다녀가며 우리 제품을 테스트했다"면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케이콘 2018 LA는 컨벤션과 콘서트를 결합한 한류 페스티벌이다.
11, 12일 이틀에 걸쳐 열린 콘서트 티켓을 산 현지 K팝 팬들이 콘서트장인 스테이플스센터 바로 옆에 붙어있는 LA컨벤션센터에서 K뷰티, K리빙, K푸드 제품을 즉석에서 써보고 맛볼 수 있는 구조다.


'애즈이즈투비'라는 브랜드로 참가한 이지앤심플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일일 스킨케어를 내세워 뷰티제품에 관심이 많은 K팝 여성 '팬심'을 공략했다.
전 이사는 "기본적으로 한국 코스메틱에 관심이 많고 효능에 대해 반응이 좋은 편이다. 유럽 진출 절차도 밟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미국시장으로도 방향을 돌려보려 한다. 바이어 3곳 정도가 구체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덕트 101 챌린지의 현장 매니저로 참여한 CJ주식회사 상생혁신팀의 김주희 부장은 "여기 온 중소기업들은 CJ와 특별히 인연이 있는 게 아니라 오디션 형태로 공모한 회사들"이라며 "101개 기업을 선정했는데 이곳에는 30개사가 부스를 차렸다"고 설명했다.


프로덕트 101 외에도 K-콜렉션 40개사, CJ스타트업 챌린지 8개사 등 모두 78개 중소기업이 문을 두드렸다. 업종으로는 뷰티가 45개사로 가장 많았다.
컨벤션장 전체 참여기업 브랜드는 208개, 부스는 553동이 설치됐다.
K팝 아티스트, K뷰티 크리이에이터가 메이크업을 시연하고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는 K뷰티 스테이션에는 팬들이 컨벤션 기간 내내 줄을 섰다.
K팝 아티스트와 직접 결합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CJ ENM 오쇼핑부문 자체 브랜드 씨이엔(Ce&)이 프로젝트 K팝 그룹 '워너원'과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을 현장에서 판매했다.
셀렙샵 담당 이선영 부장은 "워너원 콘텐츠를 활용한 고객 이벤트와 제품 덕분에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었다"면서 "콘텐츠와 커머스의 시너지"라고 말했다.
케이콘 LA를 개최한 CJ ENM은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선단형 수출을 이끄는 글로벌 한류 플랫폼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선단(船團)형 수출이란 큰 배가 앞장서 여러 척의 작은 배를 이끌어가는 시장 전략이다.
2014년부터 400여 개 중소기업이 케이콘 무대를 거쳐 갔다.
글로벌 전자상거래망인 아마존, 이베이에 입점한 기업도 생겼다.
케이콘 행사 기간에는 관람객의 48%가 500달러(약 57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데, 17세 이하 관람객들이 용돈의 34%를 K뷰티 등 한국 제품 구매에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CJ ENM 관계자는 "K팝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한류 팬들이 한글 배우는 것을 넘어 K제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소장 욕구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oakchu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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