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훔쳐 비행한 미 항공사 지상직원, 이상징후 보인 적 없어
가족 "따뜻한 남성이자 신실한 남편"…소속사 CEO "믿을 수 없는 곡예비행"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의 한 항공사 직원이 여객기를 훔쳐 '자살비행'을 한 사건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별다른 이상 징후를 보인 적 없는 한 가정의 가장이 왜 이런 행동을 벌였는지, 정식으로 항공기 조종을 배운 적이 없는데도 어떻게 곡예비행을 할 수 있었는지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0일 워싱턴 주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에서 76명을 태울 수 있는 Q400 기종 항공기를 훔쳐 이륙했다가 숲에 추락한 남성의 신원은 리처드 러셀(29)로 확인됐다.
'호라이즌 에어'의 지상직 직원으로 일하던 러셀은 항공기를 이륙 장소로 이동시키는 견인차 운전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보통 이런 사건들을 저지른 범인들에게서 어둡고 문제로 점철된 과거가 드러나는 것과 달리 러셀은 아무런 경계 징후를 보인 적이 없었다고 WP는 전했다.
지난 2012년 한 지역신문 기사는 러셀이 20대 초반부터 아내인 해나와 함께 오리건에서 빵집을 차렸다며, 이들 부부를 '행복하고 의지가 강한 커플'이라고 소개했다.
러셀은 직장에서 환하게 웃는 셀피(셀카)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블로그를 통해서는 자신이 관리직 또는 군 입대를 희망한다는 사실을 적기도 했다.
유가족은 성명을 내 "비보(러셀의 별명)는 따뜻하고 동정심이 많은 남자였다"며 "그는 신실한 남편이자, 다정한 아들, 그리고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셀은 비행 당시 관제사들과의 교신에서 스스로를 "나사가 몇 개 풀린 부서진 사람"이라고 묘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당국은 러셀이 자살 충동을 느낀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족들은 러셀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셀의 친구인 마이크 매슈스는 "비보는 누구도 다치지 않게 하려고 했다"며 "많은 사람이 그를 사랑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문은 그가 어떻게 비행기 조종법을 배웠느냐다. 당국은 러셀이 조종사 면허를 따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번 비행이 처음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WP는 보도했다.
호라이즌 에어의 게리 벡 최고경영자(CEO)는 사고 당일 기자들과 만나 연속 횡전(橫轉)을 포함해 러셀이 보여준 각종 곡예비행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러셀은 당시 관제사들에게 자신이 비디오 게임을 통해 비행술을 배운 것처럼 말했다. 다만 이 비디오 게임이 모의비행장치 연습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교신 기록을 보면 러셀이 비행기 조종에 익숙지 않은 듯한 모습이 나타난다. 그는 이륙 후 어떻게 항공기 연료소비량을 확인하는지를 모르겠다고 했고,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낀다며 객실 내 기압 조정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벡 CEO는 "솔직히 민간 여객기는 복잡한 기계다. 세스나150 경비행기처럼 조종하기 쉽지 않다"라며 "그가 어떻게 그런 비행을 해낼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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