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옛 울산객사(외국사신이나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가 묵는 숙소) 부지에서 발견된 일제강점기 울산신사 기둥 문 추정 비석 처리 방안을 두고 울산시가 고민하고 있다.
13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울산객사 터 옛 울산초등학교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신사 기둥 문으로 추정되는 비석이 나왔다.
이 비석은 전체 1.8m 길이지만 파손돼 두 동강 난 상태다. 표면에는 일본 황자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인 '皇太子殿下御降誕記念鳥居(황태자전하어강탄기념조거)'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비석 측면에 '昭和(소화) 9년(1934년) 10월 6일'이라는 제작 시기도 적혀있다.
당시 옛 울산초 부지 매장문화재 정밀조사를 맡은 울산발전연구원 측은 이 비석을 보온 덮개와 비닐 천막으로 싸서 현장에 뒀으나 최근 해당 부지에 임시주차장 공사가 시작되면서 덮개가 벗겨져 방치된 상태다.
지역 문화계 일각에서는 비록 일제 잔재이기는 하나 역사적 기록인 만큼 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방치 사실을 발견한 이기우 문화예술관광진흥연구소 대표는 "공사 부지 내 회화나무 밑에 놓인 돌무더기에 비석이 별다른 보호 조치 없이 노출돼 있었다"라며 "조선통신사들의 하행 길에 둘렀던 동헌과 객사 사이 일본 신사가 들어섰던 곳으로 치욕의 산물을 역사적 교훈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울산발전연구원 측과 협의해 활용·보존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비석이 유물로서 가치가 크지 않고, 향후 건립될 시립미술관과 객사에 일본 신사 비석을 다시 놓는 것이 옳은 지도 고민이다"라며 "유관 기관 등과 활용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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