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파기 틈타 재기 노리는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입력 2018-08-13 11:15  

이란 핵합의 파기 틈타 재기 노리는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경제난과 미국의 제재부활로 곤경에 처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이란 정국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테헤란 시장(2003-2005)과 뒤이어 제6대 대통령(2005-2013)을 지내 인물이다.
10일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경제난과 함께 미국의 제재가 부활하면서 로하니 체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집권층 내부로부터는 소외당했던 아마디네자드가 최근 정국 불안과 함께 포퓰리즘을 바탕으로 정치적 부활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적으로는 포퓰리즘과 대외적으로는 공격적인 스타일을 혼합한 예측불허의 스타일이 다시금 이란 정국에 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FP는 덧붙였다.
아마디네자드는 지난 2013년 두차례 임기 후 퇴임하면서 사실상 이란 이슬람 지도부로부터 '파문'당한 상태였다.
재임 기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고위성직자들의 위계질서에 공공연히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디네자드는 자신의 비서실장이자 최측근인 에스판디아르 라힘을 후계자로 내세우려 했으나 후계자 심사를 맡은 최고권력기관 혁명수호위원회가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후임 로하니 대통령이 아마디네자드의 대서방 강경 정책을 번복, 타협을 모색하면서 외부 투자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경제가 나아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아마디네자드의 평판을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6년 이란인들이 '미국판 아마디네자드'라고 부르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로하니 대통령의 행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트럼프의 제재부활 움직임으로 이란 경제가 혼란에 빠졌고 서방의 주요 투자도 주춤거렸다.
아마디네자드는 지난해 로하니 대통령이 약화한 틈을 타 대선 출마를 노렸으나 무산됐다. 오히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지시를 무시하고 대선 출마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이슬람 지도부와 불화만 누적됐다. 혁명수호위원회는 그의 출마 기회를 차단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전략을 바꿨다. 지난 1년간 이란 전역을 돌아다니며 주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대중지도자로서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경제난에 처한 이란 주민들에 구세주로 역할을 부각했다.
이제는 이란의 새로운 야당지도자로 기득권층과 전면 대립하는 정치인으로 기반을 굳혀가고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개혁, 보수, 온건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스펙트럼의 국내 정치인들을 상대로 부패와 족벌, 그리고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보수파의 수중에 있는, 인기 없는 사법부를 공격하는 한편 '이슬람 혁명'을 이란의 보통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전혀 굽히지 않을 것을 강조하면서 지난 1일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미국 영주카드와 미국 내 은행계좌를 가진 이란 정부관리들의 명단을 통보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올해 들어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를 부활하면서 화폐가치 하락과 함께 이란인들이 거리로 몰려나가는 가운데 로하니 대통령과 최고지도자의 실정을 앞장서 비난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측과 받아들여서는 안 될 (핵) 합의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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