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리프·부토家 정당, 칸 차기 총리 취임 앞두고 연합전선 구축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파키스탄의 양대 정치 가문이 손을 잡았다.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예상 밖의 돌풍을 일으키며 승리한 제2야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의 임란 칸(66) 총재에 맞서기 위해서다.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과 파키스탄인민당(PPP)이 종전에는 가능해 보이지 않았던 동맹을 맺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PML-N은 샤리프 가문이, PPP는 부토 가문이 각각 이끄는 정당이다. 그동안 두 정당은 파키스탄 정가의 양대 산맥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PML-N은 이번 총선 패배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전락했다. 재벌가이기도 한 샤리프 가문의 나와즈는 3차례나 총리를 역임하며 PML-N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나와즈는 지난해 부패 혐의로 총리직에서 쫓겨나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PPP는 1988년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총리를 배출했다. 고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는 대통령을 지냈으며 아들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는 현재 PPP 총재다.
이들 정치가문의 '연합전선' 구축은 총리 취임을 앞둔 칸 PTI 총재에게 큰 정치적 걸림돌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PML-N의 한 고위 정치인은 "우리는 하원에서 이번 총선이 명백히 조작됐다는 주장을 계속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PTI와 군부는 부인하지만 PTI가 정부 보안기구의 총선 개입 덕을 봤다는 주장이 다른 정당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크리켓 스타' 출신의 칸 총재가 지휘한 PTI는 이번 총선에서 116석(직접 선출 의석 기준)을 확보해 제1당으로 도약했지만, 전체 의석의 과반에는 못 미쳐 연정을 추진하고 있다.
총 107석을 차지한 PML-N과 PPP는 다른 소수 정당과 힘을 합쳐 독자적인 총리와 하원 의장 후보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분석가들은 칸 총재가 국민의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다른 정당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칸 총재가 지출 축소와 세금 인상 등 인기와는 거리가 먼 정책을 통해 나라 살림살이의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 연합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파키스탄 신문 '뉴스'의 정치평론가 가지 살라후딘은 "시간이 지나 새 정부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때, 특히 칸 총재의 인기가 없어질 때 야권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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