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 꿈꿨나' 치밀한 준비 후 현금 2억 훔친 수송업체 직원

입력 2018-08-13 17:49   수정 2018-08-14 17:00

'완전범죄 꿈꿨나' 치밀한 준비 후 현금 2억 훔친 수송업체 직원
경찰, CCTV 분석·탐문 끝 엿새 만에 충남 대천해수욕장 인근 모텔서 검거

(천안=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현금 수송차량에서 2억여원을 훔쳐 달아난 수송업체 직원 A(32)씨는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일 범행을 한 A씨는 범행 10여일 전부터 1차 도주지인 경기 평택을 오갔다. 늦은 밤이면 자신의 승용차를 몰아 평택으로 향하는 모습이 방범 폐쇄회로(CC)-TV에 거의 매일같이 찍힌 것이다.
평택은 A씨가 돈을 훔친 직후 범행 장소에 미리 준비해 놓은 차를 몰고 향한 곳이다. 그곳에 도착해서는 바로 골목길에 승용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그가 10여 일 전부터 평택을 도주지로 정한 뒤 차량을 버리고 갈 곳 등을 탐색해 놓은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A씨는 범행 이틀 전부터 휴대전화를 미리 꺼뒀다. 범행 당일에는 아예 집 안에 휴대전화를 두고 나갔다.
경찰이 A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휴대전화를 끄면 위치 추적이 되는지' 검색한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휴대전화 전원도 끄고 들고 나가지도 않은 것이다. 그는 '횡령죄 어떤 처벌을 받는가' 등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범행 전날 오후 10시께 현금 수송차량이 매번 주차하는 곳 옆에 자신의 SM7 승용차를 주차해 놓았다. 현금을 넣을 대형 배낭도 마련하는 등 모든 준비를 끝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일인 7일 오전 8시 47분께 동료 두 명이 대형마트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돈을 넣으러 가면서 차량에는 A씨 혼자 남게 됐다.이 순간만을 위해 10여 일 전부터 준비해 온 A씨는 갖고 있던 열쇠로 금고를 연 뒤 현금 2억3천500만원을 꺼내 가방에 넣고 미리 준비한 SM7에 옮겨타고는 마트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 후 평택을 거쳐 서울과 충남 보령의 모텔에서 몸을 숨기며 도주 행각을 이어갔다.
그가 모텔에 은신해 있는 사이 경찰의 수사도 속도를 냈다.
범행 당일 오전 11시께 현금 수송업체 관계자로부터 도난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를 분석해 그가 평택으로 달아난 사실을 확인했다.
A씨 차량이 지나는 곳을 따라간 끝에 10일 낮 12시께 평택 한 골목에서 A씨 차량을 발견했다. 업체의 늦은 신고로 검거 골든타임을 놓쳤던 경찰은 이때부터 수사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A씨가 택시를 타고 서울로 향한 것을 확인한 경찰은 서울 한 대학가 인근 모텔에 그가 은신했을 것으로 보고, 100개가 넘는 일대 모텔을 모두 뒤졌다.
경찰은 A씨가 은신한 모텔을 알아내 급습했지만 A씨는 이미 충남 보령으로 도주한 상황이었다.
A씨가 택시를 타고 보령 대천해수욕장에 내린 것을 확인한 경찰은 수사팀을 급파했다.
이때는 엿새가 지난 13일 오전 10시였다.



이후 경찰은 90여 개 모텔을 다니며 탐문한 끝에 2시간 만인 낮 12시께 모텔에 숨어 있는 A씨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A씨 수중에는 훔친 2억3천500만원 가운데 400만원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세상 살기 싫어서 돈을 훔쳤다"며 "돈은 서울에서 보령으로 내려오는 길에 택시 안에서 밖으로 버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돈을 어딘가에 숨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돈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추궁해 돈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며 "내일(14일) A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jun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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