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당국, 비상경계 태세…야간 통행금지령 2개월 연장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수천 명의 사망자와 70만 명이 넘는 국경 이탈 난민을 유발한 '로힝야족 유혈사태' 1주년을 앞두고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미얀마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라카인주 지역 관리들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지난해 8월 25일에 발생한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경찰 초소 공격 1주년을 앞두고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또 ARSA의 경찰초소 공격 이후 라카인주 북부의 마웅토와 부티다웅 등에 내려졌던 야간 통행금지령을 오는 10월까지 2개월 연장했다.
마웅토 지역 행정관리인 초 윈 흐텟은 "통행금지령이 오는 10월 11일까지 연장 적용된다.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통행이 금지된다"며 "아직 불안한 이 지역의 치안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공장소나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5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나 회합도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현지 이슬람교도들도 또 다른 무력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이슬람교도인 아르수트는 "ARSA가 또다시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낮에는 밖에 나갈 수 있지만, 테러범 공격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ARSA는 미얀마에서 오랜 세월 핍박받아온 동족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지난해 8월 25일 마웅토 일대의 경찰초소 등을 급습해 경찰관들을 살해하고 무기를 탈취했다.
미얀마 정부와 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군병력을 동원해 마웅토와 부티다웅 일대에서 대대적인 반군 소탕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해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을 형성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 방화, 고문 등을 일삼으며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런 주장을 근거로 미얀마군의 행위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비난하는 한편 책임자를 국제 법정에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미얀마군은 물론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는 이런 국제사회의 주장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11월 난민들을 2년 이내에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난민들이 시민권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송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송환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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