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이슈로 압승 후 논의 가속' 노림수…이시바 선전하면 '역풍'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을 다음달 자민당 총재선거의 쟁점으로 띄우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선거에서 개헌을 쟁점화해 압승을 거두면 선거 승리를 명분으로 개헌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도쿄신문은 14일 아베 총리가 지난 11~12일 이틀 연속 평화헌법(헌법 9조) 개헌을 호소했다며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압승한 뒤 개헌을 가속화하겠다는 노림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야마구치(山口)시에서 열린 당 모임에서 "개헌에 힘써야 할 때를 맞았다. 자위대가 위헌이라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11일에는 올해 가을 임시국회에서 자민당 차원의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작년 5월 개헌 논의를 공식화한 뒤 자민당은 지난 3월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의 1항(전쟁 포기)과 2항(전력<戰力> 보유 불가)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마련했지만, 사학스캔들과 북한 문제에서의 재팬 패싱(일본 배제) 등 내우외환으로 개헌 논의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여당 내 주요 파벌들의 지지를 확보하며 승기를 잡은 상황에서 개헌 이슈를 지지층을 자신의 편으로 묶어 놓는 구심력으로 활용해 압승을 거둔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흘러나온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소속된 호소다(細田)파(의원수 94명)를 비롯해 아소(麻生)파(59명), 기시다(岸田)파(48명), 니카이(二階)파(44명), 이시하라(石原)파(12명) 등 5개파 257명 의원의 지지를 이미 얻었다.
여기에 다케시타(竹下)파(중의원 34명·참의원 21명)의 중의원 중 상당수도 아베 총리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돼 의원표 전체의 70%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민당 총재선거에는 의원표와 지방 당원표가 절반씩 반영되는 만큼 지방 당원표의 향배가 중요하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해 3연임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개헌을 내세워 당선될 경우 자신의 승리 배경에 국민들의 개헌 열망이 있다고 강조하며 개헌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편으로는 총재 선거에서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승리를 거두거나 패배를 하더라도 선전을 할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어 개헌 논의가 더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의 개헌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주된 논리는 여론 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많은 상황에서 개헌 추진에 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헌법 9조 2항을 바로 삭제해 자위대를 보통 군대로 두는 것이 맞다는 더 극우에 가까운 시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지금 개헌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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