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안내판 세워야" 목소리…'서전서숙' 계승한 충북교육청 설치 검토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러시아 우수리스크 수이푼 강변에는 '헤이그 밀사'로 유명한 충북 진천 출신 독립운동가 보재 이상설 선생의 유허지가 있다.
1917년 3월 2일 망국의 한을 품고 48세를 일기로 눈을 감은 보재 선생의 유해가 뿌려진 곳이다.
2001년 고려학술문화재단이 세운 비석에는 '선생은 1870년 진천에서 탄생하여 1917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서거한 한국 독립운동 지도자이다. 1907년 7월에는 광무황제의 밀지를 받고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이준 이위종을 대동하고 사행하여 한국독립을 주장하다. 연해주에서 성명회와 권업회를 조직하여 조국 독립운동에 헌신 중 순국하다. 그 유언에 따라 화장하고 그 재를 이곳 수이푼 강물에 뿌리다'고 적혀 있다.
선생은 을사늑약 후 국권 회복을 위해 망명길에 오른 뒤 12년간 연해주, 만주 등지에서 조국 광복에 헌신하다 병을 얻었다.
그는 임종 전 "조국 광복을 이룩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니 어찌 고혼인들 조국에 돌아갈 수 있으랴. 내 몸과 유품, 유고는 모두 불태우고 그 재마저 바다에 날린 후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서릿발 같은 유언을 남겼다.
이상설 선생 유허지는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크라스키노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비 등과 함께 러시아 항일 유적지 필수 답사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이 유허지 답사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제대로 된 안내판이 없기 때문이다.
유허지에서 꽤 떨어진 진입로에 작은 목재 안내판만 덩그러니 서있다. '전남독서토론' 참가자 일동이 만든 것으로 돼 있다.
허허벌판 같은 곳에 유허지를 알려주는 이정표를 설치한 이 단체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안내판이 초라해 보여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이상설 선생의 기념사업을 하는 진천군이나 선생의 애국정신과 교육에 대한 열정을 본받자는 취지에서 선생이 만주에 세웠던 신학문 교육기관인 '서전서숙'을 본떠 서전중·고를 신설한 충북교육청이 나서 제대로 된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계가 참여하는 사업 추진 협의체를 구성, 성금 등으로 기금을 마련한 뒤 러시아 당국의 승인을 받아 유허지 주변을 정비하자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충북교육이 보재 선생의 교육 구국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만큼 우수리스크 선생의 유허지 진입로에 정식 안내판 설치를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jc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