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근대식건물 엮어 역사관광벨트화·밀양 해천에 항일테마거리
강점기 잔재를 활용한 '다크 투어리즘'에 비판도 제기
(전국종합=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3년이 된 현재에도 일제 강점기 수탈의 흔적과 이에 맞선 독립운동의 현장은 곳곳에 지워지지 않은 역사로 남아있다.
일제 강점기 건축물과 수탈현장을 둘러싼 존폐논란도 있지만, '아프고 부끄러운 과거도 역사다'라는 인식 속에 이를 교훈으로 승화하고 관광 자원화하는 다크 투어리즘이 활발하다.
전북 군산은 일제의 흔적인 근대문화유산이 많은 역사관광도시로, 옛 도심권 일제유산을 활용해 연간 100여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
시는 2008년부터 '아픈 과거도 역사다'며 강점기 현장을 복원·재조명하고 역사학습, 체험, 교육의 현장으로 바꿨다.
월명·신흥동 내 400여채의 근대건물과 적산가옥을 묶어 수탈실상과 저항정신을 알리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장소로 변모했다.
주변에는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옛 군산세관 본관, 일본식 가옥,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등도 있다.
쌀 수탈을 위한 뜬다리 부두, 내항 철도, 호남제분주식회사 창고, 경기화학약품상사 저장탱크도 볼 수 있다.
군산시는 근대문화유산과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2년 연속 최우수 문화재청 문화행사로 뽑힌 '군산야행'을 진행한다.
시는 근대문화유산, 내항역사문화공간, 강점기 등록문화재 등을 활용해 5년간 역사문화공간 기반의 도시재생사업도 추진한다.
시 관계자는 "옛 도심권은 나라를 뺏긴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와 청소년에게 생생한 역사교육의 현장"이라며 "나라 침탈에 따른 비참한 현실, 착취 현황, 민초 저항 등을 생생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1883년 인천항 개항 후의 일본인 거주지를 복원했다. 일본제1은행, 제18은행 등 1890년대 건물을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하고 일본 거리도 재현했다.
부산시는 남구 이기대자연공원 내 일본군 포진지의 관광자원화를 검토한다. 이곳은 일본이 러일전쟁 후 조선인을 동원해 16년간 만든 길이 45m 폭 14m 높이 3m 규모의 인공동굴이 있다.
시는 인공동굴 입구에 출입구를 만들고 내부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도입할 계획이다.
남구 관계자는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 관광자원과 연계해 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이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독립운동과 근대유산을 활용하기 위해 광역지자체 최초로 '항일운동 유적 발굴 및 보존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도는 7천700여건의 항일 독립운동 유산을 확인, 257곳을 관광지와 연계해 문화관광 및 역사교육 현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항일 유적지 58곳에는 안내판과 동판도 설치했다.
경남 밀양시는 시내 '해천(垓川)' 주변을 독립을 위해 사투를 벌인 의열정신이 살아 숨쉬는 항일테마거리로 조성했다.
시는 지난 3월 해천변에 의열기념관도 개관했다. 이곳은 의열단장, 조선의용대 총대장, 한국광복군 부사령, 임시정부 군무부장 등을 지낸 항일독일운동가 김원봉(1898∼1958) 선생의 생가터다.
해천을 낀 약산 생가 바로 옆에는 독립운동가 석정 윤세주(1901∼1942) 열사 생가가 있다.
석정은 1919년 고향에서 만세운동을 주동했고, 만주에서 죽마고우인 김원봉과 항일비밀결사인 의열단을 조직했다. 의열단 창단 멤버 13명 중 5명은 밀양사람이다.
밀양시는 항일테마거리 활성화를 위해 석정 생가터를 매입하고 주변을 의열기념공원으로 조성, 밀양의 독립운동 정신을 알리고 관광사업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충북 진천군은 진천읍 산직마을에 있는 독립운동가 이상설(1870∼1917) 선생의 생가를 복원했다.
군은 2020년까지 생가 인근에 기념관도 짓고 생가, 숭렬사 등과 연계해 역사 교육장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조천만세운동, 해녀항일운동, 제주의병운동 등 연대별 항일운동과 일제 군사시설, 일제 항복문서 조인장면 등의 영상과 사진 등을 볼 수 있는 '제주항일기념관'을 1997년 광복절에 맞춰 개관했다.
지자체들이 이처럼 열을 올리는 다크투어리즘에 대해 '비극의 역사를 상품화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반발도 있다.
대구시 달성공원 앞에 2017년 세운 순종 동상(높이 5.4m)은 역사 왜곡 논란과 철거 주장에 시달린다.
순종이 1909년 조선통감 이토히로부미와 경상도를 순행했는데, 왕을 앞세워 일본에 백성을 순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 순종은 화려한 대례복이 아닌 제복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반일 감정을 잠재우려는 일제 속셈을 알고도 따라나선 순종 처지를 안다면, 이를 관광 상품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게다가 순종을 화려하게 표현한 것은 역사를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영수 김광호 강종구 김형우 손형주 김동민 전창해 최수호 장덕종 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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