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올해부터 국가기념일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첫 정부 기념식이 위안부 피해자 49명이 안장된 천안 망향의 동산에서 거행됐다. 8월 14일은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이다. 2012년 12월 대만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가 이날을 '위안부의 날'로 정했고, 지난해 12월 관련 법률이 개정돼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김학순 할머니는 용기 있는 증언을 통해 그동안 가려졌던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공론화했다. 김학순 할머니의 뒤를 이어 238명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1992년 수요시위가 시작돼 오늘에도 계속되고 있고, 유엔 결의 및 권고, 아시아연대회의, 일본군성노예전범여성국제법정, 미 하원의 위안부결의안 채택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간단체들의 역할이 컸다.
지난 10일 정부는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를 출범시켰다. 정부 산하 첫 위안부 연구기관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위안부 관련 자료들을 체계화하며, 보존 가치가 있는 자료들은 국가기록물로 지정해 관리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연구소의 주요 업무이다. 그러나 연구소 설립의 근거가 되는 법안들이 발의는 돼 있으나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일단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여성가족부의 위탁을 받아 1년간 사업을 하는 형식으로 시작했다. 위안부 연구의 중심이 되어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속히 법적 설립의 근거를 정비하고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서 제대로 자리를 잡아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여전히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정'을 내세워 공식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다. 당시 합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으로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은 10억엔 반환과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위안부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 속에서 사실상 아무런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되어 피해자들의 거처 '나눔의 집'에 소장돼있는 3천185점의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는 현재 '보류 권고'된 상태이다. 이를 계속 추진해 전 세계에 여성인권과 평화에 대한 교훈을 줘야 한다. 전국에 걸쳐 100개가 넘는 '평화의 소녀상' 일부가 방치됐다는 지적이 있으니 이를 공공조형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일 김복득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27명만 남았다. 모두 고령이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이제 정부가 주도해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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