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항공사 마일리지로 제휴상품 사면 호갱?…마일리지 가치 '뚝'

입력 2018-08-15 09:05  

[팩트체크] 항공사 마일리지로 제휴상품 사면 호갱?…마일리지 가치 '뚝'
항공권 구매할 때보다 마일리지 2∼6배 과다 차감…소비자 불만 팽배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내년 1월부터 항공사의 미사용 마일리지가 적립 시점에 따라 순차적으로 소멸한다.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을 두지 않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08년 약관을 바꿔 대한항공은 그해 7월 1일부터, 아시아나 항공은 그해 10월 1일부터 적립한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8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적립된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올해 안에 쓰지 않으면 2019년 1월 1일부로 자동 소멸한다.
이런 이유로 항공사들이 항공권 이외에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팽배하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매하기가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상품·서비스를 구매할 때 적용하는 마일리지의 가치가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평수기 기준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김포-제주 국내선 왕복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세금·유류할증료·수수료 등을 제외한 운임은 17만7천원선이다. 이를 마일리지로 구매할 경우 1만 마일(세금·유류할증료·수수료 등은 별도 지불)이 차감되므로 1마일은 17.7원인 셈이다.
국제선의 경우 비행 거리가 길어지고 비싼 등급의 좌석을 구매할수록 마일리지의 가치는 상승한다.
운임 51만원가량인 인천-삿포로 왕복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3만 마일이 차감돼 마일당 17원으로 계산되지만, 운임 155만원선인 인천-파리 왕복권은 7만 마일이 차감돼 마일당 22.14원꼴이다. 인천-파리 왕복권을 프레스티지석으로 예매하면 1마일의 가치가 46.74원에 달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가치도 대한항공과 비슷하다. 김포-제주 왕복항공권 구매 시 마일당 가치가 17.2원으로 계산되며, 인천-파리 왕복권 중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 E등급 좌석 구매 시 마일당 가치는 20원, 그다음인 이코노미 H등급의 마일당 가치는 22.8원이다.
하지만 항공권 이외의 상품 구매에 마일리지를 쓸 경우 그 가치는 뚝 떨어진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해 그랜드 하얏트 인천호텔을 예약하면 평일 1박에 2만3천 마일이 공제된다. 마일당 17원을 적용하면 1박 가격이 39만1천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평일 1박 가격(14만4천원)의 약 3배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2만3천 마일로 14만4천원의 상품을 구매했으므로 마일당 가치가 6.26원에 불과한 셈이다.


대한항공 로고가 부착된 상품들도 마일리지 차감폭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만2천 마일이 차감되는 테디베어 인형 세트는 제주도 왕복항공권보다 비싼 셈이며, 3만4천 마일이 차감되는 모형 비행기는 일본 왕복항공권(3만 마일)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이용해 CGV 영화 주말 관람권을 구매하면 1천400마일이 차감된다. 마일당 17원을 적용하면 2만3천800원선으로 일반적인 주말 영화 관람권 가격(1만1천~1만2천원)의 두 배에 달한다. 영화 관람권을 구매하면 마일리지의 가치가 마일당 7.8원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또 다른 사용처인 이마트에서는 10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2천800마일을 쓰면 2만원 할인받을 수 있다. 마일당 가치가 7.1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마일리지로 항공권 이외의 상품을 사는 것이 훨씬 불리하지만,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좌석을 전체의 5~10% 미만으로 제한해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매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국내 대형 항공사의 마일리지 제도가 외국과 비교하면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대형 항공사인 델타항공의 경우 빈 좌석만 있으면 언제든지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고 자투리 마일리지를 이용해 항공권 구매 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이 없고 타인에게 양도할 수도 있다.
외국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사용처가 다양한 데 비해 국내 항공사는 여전히 계열사 상품 위주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홍수 팀장은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를 활용한 항공권 예매 여지를 크게 제한한 상태에서 제휴 상품을 구매할 때 2~6배 많은 마일리지를 차감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를 소비자들의 정당한 재산으로 인정하고 현금과 마찬가지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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