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평화' 경축사…베일벗은 남북·동북아 공동번영 구상(종합)

입력 2018-08-15 19:01   수정 2018-08-15 20:39

문대통령 '평화' 경축사…베일벗은 남북·동북아 공동번영 구상(종합)
비핵화→경제협력→공동번영 로드맵…통일경제특구 등 구체적 제안
철도·에너지 경제공동체 제안…'EU식 평화체제'도 강조
"완전한 비핵화 이뤄져야" 경협 선결 조건…'여성 독립운동' 자세히 언급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내놓은 광복절 경축사는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로 가득 채워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기념 경축식에 참석, 20여분에 걸쳐 경축사를 하면서 '평화'를 21차례나 언급했다.
올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며 한반도 평화 정착 논의가 본격화한 만큼, 광복절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되새기고 이후 평화 프로세스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날 경축사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발판 삼아 남북이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고, 이를 통해 공동의 경제번영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설 도중 '경제'라는 단어를 19번 꺼냈고, 이는 '평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단어다. '남북'은 17차례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한 광복"이라며 "평화가 경제"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국 경제가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남북의 경제공동체 실현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 온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국책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향후 30년 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한 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면적 경제협력이 이뤄지면 그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과도 연계시키면서 "이미 금강산 관광으로 8천9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든 경험이 있다.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여명에 이르는 일자리의 보고였다"고 떠올렸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 특구를 설치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경제협력 청사진을 내놨다.
더불어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제안하면서 "우리 경제지평을 북방 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남북 경제 번영의 모델로 유럽의 사례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를 제안하는 대목에서 "1951년 전쟁방지, 평화구축, 경제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유럽 6개국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창설했다"면서 "이 공동체가 이후 유럽연합(EU)의 모체가 됐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를 튼튼한 기반으로 삼아서 철도로 동북아 국가를 잇고 나서 이를 에너지 공동체를 넘어 경제 공동체로 발전시키는 EU와 같은 체제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연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금처럼 남북이 대치하고 동북아 전체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유럽연합처럼 동북아 전체가 경제공동체, 다자적 안보협력체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근원적·항구적 평화체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구상중인 이런 경제협력의 선결 조건으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설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는 7차례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적 통일은 멀었더라도 남북간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여성 독립운동'을 자세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 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며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하겠다.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했다.
아울러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 강주룡", "해녀 항일운동을 벌인 고차동·김계석·김옥련·부덕량·부춘화" 등으로 여성들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국내에 성(性)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격화한다는 점을 고려, 정부가 성평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날 연설에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나 독도 문제 등 일본과 과거사에 대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문 대통령은 "친일의 역사는 결코 우리 역사의 주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독립운동은 3·1운동을 거치며 국민주권을 찾는 치열한 항전이 있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우리의 나라를 우리의 힘으로 건설하자는 불굴의 투쟁을 벌였다"면서 '임시정부 법통'을 거듭 강조했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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