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대화 촉진하는 주도적 노력 함께해나갈 것"
용산서 첫 광복절 경축식…한미동맹 바탕 평화적 비핵화 재차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두고 북한과 미국에 진정성 있는 의지를 주문하며 '속도전'을 촉구했다.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북미 양측의 신경전이 획기적 진전이 없을 경우 어렵게 단초를 마련한 한반도 비핵화 여건이 후퇴할 우려도 있는 만큼 재차 적극적인 중재자·촉진자 역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기념 경축식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포괄적 조치가 신속하게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양 정상이 세계와 나눈 약속"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북미 양측에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직접 요구하고 나선 것은 한반도 비핵화 양상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현재까지 보이는 양상은 비핵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와 체제 보장 등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요구하는 북한의 요구가 맞서 있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 외교'를 통해 접점을 찾고자 노력하는 형국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의미 있는 진전은 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북미 관계는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남북은 4·27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9월에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이에 더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머지않은 시기에 방북해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다.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9월 남북정상회담의 날짜를 못박지 않은 것을 두고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는 성과를 지켜본 다음 회담을 여는 '전략적 판단'일 수 있다는 해석까지 제기된다.
이렇게 중대한 기로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 한 해 메시지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이 담기기 마련인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평화 정착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언급하면서 직접 나서서 북미 간 의견 차이를 좁히고 비핵화 합의를 앞당기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 열강인 중국, 일본, 러시아를 비롯해 독일 등 주요 20개국(G20) 정상과 아세안 등이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북미 정상에 약속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도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압박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비핵화의 이행을 단순히 북미 정상에 맡겨두지 않고 다가오는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앞당길 '운전자'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남북 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 노력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진전과 함께 비핵화를 앞당기는 과정의 또 다른 근간은 굳건한 한미동맹이라는 점도 내비쳤다.
"(취임 후)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한미동맹을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을 합의했고 평화적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언급한 것이다.
아울러 최초로 광복절 경축식을 용산에서 개최한 것을 두고 "광복과 함께 용산에서 한미동맹의 역사가 시작됐다"며 "주한미군사령부의 평택 이전으로 한미동맹은 더 굳건하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고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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