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첫 광복 경축…문대통령, 도보다리 모형 보자 "앉아보자"

입력 2018-08-15 15:42  

용산서 첫 광복 경축…문대통령, 도보다리 모형 보자 "앉아보자"
'평화' 뜻하는 각국 언어로 배경 꾸며…가장 오래된 태극기도 전시
문대통령, 휠체어 타고 온 독립유공자 유족에 무릎 굽혀 훈장 수여
1948년 관보 1호 속 '대한민국 30년' 보고 "굉장히 중요"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제73주년 광복절과 정부수립 70주년을 기념하는 경축식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렸다.
대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던 경축식이 광화문 광장이나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적은 있었으나 용산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축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광복회원과 독립유공자 및 유족, 4부 요인과 국민원로, 정당대표, 종단대표, 차관급 이상 주요 인사, 주한 외교단, 시민 등 2천200여 명이 참석했다.
무대에는 '평화'를 뜻하는 각국의 단어들을 모아서 꾸며 놓은 배경이 자리를 잡았고 행사장에는 제국주의 침략으로 고통받던 핀란드 국민을 위해 시벨리우스가 만든 '핀란디아'가 연주됐다.
문 대통령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 4부 요인, 정당대표, 애국지사 등과 환담을 마치고 현재 남아 있는 태극기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니 태극기'를 관람했다.
'데니 태극기'는 고종 때 외교고문을 지낸 미국인 데니가 1890년 5월 청의 미움을 받아 파면돼 미국으로 돌아갈 때 가져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시작 시각에 맞춰 입장한 문 대통령은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한 다음 저명 기타리스트 신대철 씨의 반주에 맞춰 올라간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제창했다.



배우이자 동양대 교수인 김종구 씨가 백범 김구 선생으로 분해 진행한 공연에 이어 1946년 8월 15일 광복 1주년 기념식 당시 김구 선생의 연설 영상이 나오자 광복절 경축식의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문 대통령은 이어 1940년 서울에서 일본 패전을 선전하다 체포됐던 고(故) 손용우 선생의 부인 김경희 씨 등 독립유공자 가족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김 씨에게 문 대통령은 무릎을 굽혀 앉다시피 해 훈장을 줬다.
손용우 선생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아버지로, 손 의원은 현장에서 눈물을 훔치며 훈장 수여 장면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일제강점기 용산은 일본의 군사기지였고 조선을 착취하던 핵심이었으나 광복과 함께 용산에서 한미동맹의 역사가 시작돼 한반도 평화를 이끈 기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픈 역사와 평화의 의지, 아름다운 미래가 함께 담긴 용산에서 광복절을 기념하게 돼 더욱 뜻깊다"며 "광복을 위한 모든 노력에 반드시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예우를 받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총 16번의 박수를 받으면서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광복을 맞아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기대와 평화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은 베토벤 합창 4악장 '환희의 송가' 합창 공연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 전원과 태극기를 흔들면서 광복절 노래를 부른 다음 김구 선생과 독립운동가 오세창,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의 만세 영상에 따라 만세 삼창을 했다.
기념식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국립중앙박물관 동편 야외에 마련된 '70년의 기록 대한민국 새로운 시작' 전시장으로 이동해 장관들과 전시물을 관람했다.
1945년 일본 외상이 항복 문서에 조인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비롯해 1948년 정부수립 경축 행사 사진 등이 문 대통령의 발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특히 1948년 정부수립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의장으로 주재한 국무회의 모습이 담긴 사진 옆의 '우리나라 관보 1호' 전시물에 집중했다.
학예사로부터 정부조직법 1호 등이 들어 있다는 설명 등을 들은 문 대통령은 "관보에 '대한민국 30년 9월 1일로 되어 있다"며 "관보가 '대한민국 30년'이라고 표기한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 사실을 여기에 잘 설명하는 걸 담아주는 게 중요하다"며 "당시에 우리 정부의 뜻이 그러했다는 것"이라고 말해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봐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남북관계 변천을 보여주는 사진들은 파란색 페인트를 바른 '도보다리 모형'에 전시돼 있었다. 모형 위에는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대화를 나눴던 탁자 모형까지 설치됐다.
문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한 번 앉아봅시다"라며 권했으나 모두가 사양해 김정숙 여사와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이 문 대통령의 맞은편에 앉았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저는 어제 도보다리에 다녀왔다"며 "DMZ 평화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좋은 교육의 현장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 대통령은 이 원장에게 "여기 전시된 기록물들을 국민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느냐"고 물으면서 "공개가 가능한 부분은 도록을 만들어 배포할 필요가 있겠다"고 언급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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